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검정이나 은색 자동차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컬러 트렌드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색깔로 표현하는 개성=여성과 젊은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개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수입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면서 ‘튀는’ 외관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폴크스바겐의 뉴비틀 시리즈는 작년까지만 해도 실버(은색)가 국내 전체 판매량의 26%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올해 1∼5월에는 짙은 군청색의 라베나 블루(18%)에 소폭 밀리며 1위 자리를 내줬다. 3위 역시 새빨간 유니레드(16%)가 차지했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컨버터블의 하나인 뉴비틀 카브리올레 역시 하늘색 느낌의 아쿠아리우스(aquarius) 블루, 주황색에 가까운 선다운(sundown) 오렌지, 노란색과 베이지색을 섞은 듯한 멜로(mellow) 옐로 등 다양한 색상을 선보였다.
▽우리만의 컬러가 있다=언뜻 같아 보이는 색깔이라도 자동차 메이커에 따라 섬세한 차이가 있다. 특정 컬러를 부르는 이름이 회사마다 다른 것도 흥미로운 부분. 또 모델의 특성에 따라 인기 있는 색깔도 달라진다.
푸조의 206CC에서 실버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것은 하늘색에 진주(펄) 빛이 첨가된 문스톤(moonstone) 컬러다. 하늘색은 국산차 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색깔이지만 이 모델에서는 전체의 30%에 이른다.
볼보의 다크 블루는 이 색을 선호하는 스웨덴 사람들 사이에서 ‘볼보 블루’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델 중에서는 녹색이나 노란색 계열이 눈에 띈다. 뉴S40을 산 20, 30대 여성 구매자의 절반은 옅은 녹색의 사파리(safari) 그린을 선택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세브링 컨버터블에서도 스털링(sterling) 블루가 국내 고객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회사측은 비취빛이 도는 이 색상을 ‘동양적인 정숙함과 따뜻함을 주는 컬러’로 표현하고 있다.
▽똑같은 색깔이 아니다?=반면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승부해 온 대형 세단에서는 여전히 흰색이나 은색, 검정색 등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 색감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해진 고객의 입맛을 맞추는 것이 자동차 회사의 과제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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