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와 인사담당자가 처음 만나는 것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해서다.
개인의 인적사항과 학력, 가족관계 등을 적는 이력서는 별 어려움 없이 칸을 채울 수 있다. 문제는 자기소개서. 말 그대로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주관식 시험과 비슷해 얼마나 읽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자기소개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대목은 면접이다.
인사담당자가 1차 서류전형에서 수천명의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읽고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면접 과정에서는 대체로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 때문에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약회사의 영업사원직에 지원해 탈락한 A씨와 합격한 B씨의 자기소개서를 비교해 보자.
▽성장 과정, 포인트를 잡는다=A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력서에 내용을 반복해 적었다는 것이다.
언제 태어났고 가족관계가 어떻게 된다는 것은 이미 이력서에 다 나오기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 또 아버지가 엄하고 어머니는 자혜롭다는 것은 한국의 부모에게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어서 개성이 없다. 이것보다는 지원자의 뚜렷한 개성과 강한 의지를 나타낼 수 있는 성장 과정의 주요 내용을 언급해야 한다.
B씨는 '어디에 혼자 내놓아도 살아남을 아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그는 주어진 가정환경과 부모님의 성격으로 인해 영업에 필요한 마인드를 갖출 수 있었다는 한 가지 사실만을 부각시킨 것이 주효했다.
온라인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성장 과정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많이 준 선생님이나 주변 인물 등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성격의 장단점은 지원분야에 맞도록=요구하는 인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원 분야에 적합한 자질을 갖췄는지 여부.
A씨는 평범하게 자신의 성격을 나열했을 뿐 그 성격이 영업 분야에 맞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특히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고 그래서 처음에는 거리감을 준다'는 표현은 영업사원 지원자에게는 치명적 약점이다. 영업사원은 처음 보는 사람과 친해지고 제품을 팔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B씨는 관심분야가 다양해 처음 만나는 사람과도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업사원에게는 꼭 맞는 성격이다.
▽학창시절, 개성을 강조=신입사원은 별다른 업무경력이 없기 때문에 학창시절 경험이 경력사원의 업무기술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지원 분야를 선택한 이유와 학창시절의 경험을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왜 이 분야를 지원했고 그것을 위해서 학창시절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좋다.
A씨는 말 그대로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이런 저런 활동을 했다는 것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반면 B씨는 방송국 PD 경험을 통해 고객의 요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경험을 소개해 영업직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학에서도 마케팅 관련 과목을 집중적으로 수강했다는 점도 영업직 지원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입사 동기와 포부가 핵심=자기소개서 분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A씨의 문제점은 지원 동기가 약하다는 것. 지원한 회사에 꼭 들어가야 할 이유가 별로 없고 게다가 '현재 자격증이 없지만 입사 후 노력하겠다'는 것은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준비하지 않은 인재를 뽑아 월급까지 주며 교육시키고 우수인재로 만들지는 않는다.
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열심히 일하겠다' 등의 상투적 표현은 인사담당자들에게 전혀 감동을 주지 못한다.
반면 B씨는 회사가 추구하는 핵심가치와 자신의 생활신조가 일치하고 회사의 성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회사와 개인이 하나가 되어 세계적인 회사로 키우겠다는 것은 읽는 사람에게 '한 번 같이 일 해볼만 하겠군'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효성 인사팀 김혜연 과장은 "자신을 어떻게 기업에 팔 것인가 하는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를 분명하게 정하고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타 유의해야 할 사항=많은 지원자들이 자기소개서에 빈 공간을 남겨두지만 이것은 좋지 않다.
지금처럼 취업이 어려울 때는 첫 단계부터 성실성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한데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은 입사 의지가 약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지원자가 개인사를 장황하게 나열해서는 안되고 개성 있게 써야 한다"며 "성장 과정에서 과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하고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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