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대금예치 서비스]은행통한 e쇼핑 “돈떼일일 없어요”

회사원 박서영씨(28·여)는 최근 한 인터넷쇼핑몰에서 에어컨을 주문했다가 돈만 날렸다. 61만8000원을 미리 신용카드로 결제했는데 쇼핑몰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물건값만 떼인 것.

신용카드사는 “이미 결제대금이 빠져 나가 환불해줄 수 없다”고 했다.

박씨는 “가장 싸게 에어컨을 살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계약했는데 이럴 줄 몰랐다”면서 “소비자단체에도 상담을 했지만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인터넷쇼핑몰에서 물건값을 안 떼이려면=인터넷쇼핑을 이용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업체의 부도 등으로 인한 피해가 끊이질 않고 있다. 박씨처럼 물건은 받지 못하고 돈만 떼이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만일 결제대금예치(에스크로·escrow) 서비스를 알고 이용한다면 이 같은 피해는 사전에 막을 수 있다.

에스크로 서비스란 은행 등 공신력 있는 제3자가 소비자로부터 물품 구입대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소비자가 물건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쇼핑몰업체에 돈을 건네주는 것. ▶개념도 참조

소비자가 직접 쇼핑몰업체와 거래하는 대신 은행 등이 거래를 중개함으로써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다. 소비자들은 에스크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쇼핑몰업체를 찾아 거래하면 되기 때문에 이용도 간편하다.

현재 에스크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업체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실시 여부를 공지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고 거래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은행들도 앞으로 제휴 업체에 대한 정보를 은행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예정.

▽인터넷쇼핑몰 30여개 업체가 도입=최근까지만 해도 에스크로 서비스는 옥션, 벼룩시장 등 대형 쇼핑몰업체들만 자체적으로 실시해 왔다.

지난해부터 은행 등 금융회사가 에스크로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어 쇼핑몰업체와의 업무제휴에 힘쓰고 있다. 현재 가입 업체는 베스트바이어, 마이마진 등 가격비교사이트와 디시인사이드 등 30여 곳.

앞으로 에스크로 서비스 도입 업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5월 소비자보호를 위해 인터넷쇼핑몰업체의 에스크로 서비스 도입을 유도하는 방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 하나은행 EC사업팀 김경호 차장은 “9∼10월경에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쇼핑몰업체는 에스크로 서비스나 전자상거래보험 또는 인터넷 쇼핑몰 공제조합 등 소비자 보호 장치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쇼핑몰업체는 수수료 부담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용산전자상가에서 PC스피커를 판매하는 S쇼핑몰 이모 사장은 “은행들이 제시하는 수수료는 물품 구입대금의 0.5∼0.6%”라면서 “카드수수료, 택배비까지 쇼핑몰업체가 부담하는데 에스크로 서비스 수수료까지 추가되면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최영근 서기관은 “에스크로 서비스는 소비자가 돈을 떼일 염려가 없고 판매자는 신뢰도가 올라가 서로에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정엽씨(25·서울대 독문학과 4년)가 참여했습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에스크로 서비스 제공 주요 쇼핑몰업체 (자료:각 업체)
쇼핑몰업체	업체 성격	제휴 금융기관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디지털카메라 전문 쇼핑몰	우리은행
레떼(www.lettee.com)	종합 쇼핑몰
에누리(www.enuri.com)	가격비교사이트	하나은행과 8월 초 업무제휴 예정
오미(www.omi.co.kr)	가격비교사이트
베스트바이어(www.bb.co.kr)	가격비교사이트	제일은행
마이마진(www.mm.co.kr)	가격비교사이트
옥션(www.auction.co.kr)	종합 쇼핑몰	자체 서비스 제공
온켓(www.onket.com)
벼룩시장(www.findal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