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현명관 부회장은 2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속개된 ‘제18회 제주 서머포럼’에서 ‘한국 기업의 현주소와 기업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외환위기의 본질은 경쟁력 상실이며 위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국경제의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한국경제를 내수엔진이 꺼진 채 수출엔진에만 의존해 날아가는 비행기에 비유하면서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제 긴축, 유가 상승 등으로 수출엔진도 점점 힘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달러가 다시 들어오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했지만 몇 개 기업을 제외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개혁이 안 되고 있다”면서 “과거의 성공 요인에 안주하지 말고 전략적으로 위기를 조장해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부회장은 “투자는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무기”라면서 “출자총액제한을 비롯한 제도들이 투자를 저해하고 주인의식을 약화시키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정부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국적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의 이성용 한국대표도 강연 등을 통해 “한국경제를 굉장히 위험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경기침체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지만 중장기 성장동력을 보면 한국은 상당한 위기에 빠져 있다”면서 “한국 대기업 중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곳은 9%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5∼20대 중견그룹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성장동력은 1960, 70년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며 “많은 기업이 변화된 현실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현금만 쌓아놓고 위기를 모르고 있다가 가랑비에 옷 젖는 사태를 맞을 수 있다”며 기업인의 위기의식 무장론을 폈다.
이 대표는 성장동력을 되찾는 방안으로 서비스산업 육성과 여성인력 활용을 제안했다.
서귀포=이원재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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