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구조조정]브릿지 “매각”…세종 “공동경영”

  • 입력 2004년 7월 29일 18시 19분


《증시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앞 다퉈 영업점 통합을 통한 점포 수 축소와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 브릿지증권 세종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몸집을 줄인 뒤 매각 또는 위탁경영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몸집을 줄여라=6월 말 현재 증권사 임직원은 3만2300여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000명 정도 줄었다. 특히 영업점 직원은 700명가량이 감소했다. 이는 1999년 이래 최저 수준이며 코스닥증권시장 투자 열기가 한창이던 2000년 말(3만8000명)과 비교하면 5700명이나 적은 것.

더구나 하반기로 갈수록 직원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푸르덴셜투자증권 브릿지증권 세종증권 SK증권 등이 추가로 대규모 점포 통폐합 및 인원 축소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현투증권을 인수해 출범한 푸르덴셜투자증권은 다음달 16일 전국의 15개 영업점을 폐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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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증권은 이달 말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전국 29개 점포 가운데 19개, 세종증권은 다음달 6일 서울의 2개 점포 문을 각각 닫기로 했다.

최근 금융지주회사 설립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세종증권은 우선 다음달 중 점포 수를 28개에서 23개로 줄이기로 했다.

이 밖에 현재 인수합병(M&A) 작업이 진행 중인 대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LG투자증권도 인수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점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다.

▽증권사 매물 늘어날 듯=이 같은 몸집 줄이기를 거친 뒤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매각하거나 공동경영을 추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브릿지증권. 이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다음달 말까지 전체 직원 550명 가운데 320명을 명예퇴직시킨 뒤 ‘3자 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증권연구원 신보성 연구위원은 “생존가치보다는 청산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다수의 중소형 증권사도 매각을 물밑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한편 세종증권의 경우 국내외 자본을 유치한 뒤 공동경영 또는 위탁경영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회사 고위 관계자는 “점포 수를 줄이고 유상감자(有償減資·자본금을 줄이면서 그 금액을 주주에게 반환하는 것)를 실시해 회사 규모를 줄인 뒤 농협이나 외국계 금융기관과 공동경영하거나 위탁경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안목의 구조조정 노력=증권업계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당장 살아남는 게 시급해진 상황에서 일단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은행 보험 등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영업력 약화 및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동원증권 이철호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중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 방안을 찾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양승은씨(22·고려대 영문학과 4년)가 참여했습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2004년 주요 증권사의 구조조정 현황 및 추진계획
구분주요 내용
현투증권2월 27일 미국 푸르덴셜금융에 매각
겟모어증권5월 31일 동부증권에 인수합병
모아증권6월 21일 증권업 폐지
대한투자증권매각 추진-우선협상대상자(PCA) 선정
한국투자증권매각 추진-우선협상대상자(동원금융지주)선정
LG투자증권매각 추진-우선협상대상자(우리금융지주)선정
푸르덴셜증권8월 16일 15개 지점 폐쇄
브릿지증권7월 31일∼8월 14일까지 19개 지점 폐쇄, 직원 320명 명예퇴직, 매각 추진
세종증권하반기 중 지점 대폭 정리(28개→최소 13개 예상)
SK증권8월6일 서울 상계지점 폐쇄
자료:한국증권업협회, 각 증권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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