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속 전세전략]2000만원 싼집으로 이사한다면

  • 입력 2004년 7월 29일 18시 39분


전세금이 떨어지는 가운데 전세가 잘 나가지 않는 ‘역(逆) 전세난’이 확산될 조짐이다.

올해는 전세 계약이 많이 이뤄지는 짝수 해인 데다가 하반기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00년 이래 가장 많은 14만여 가구에 이른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최근 경기 용인시, 성남시 분당 등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곳에서 시작된 역전세난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주택임대차상담실 박예순 상담위원은 “최근 주택 임차보증금 반환 관련 상담 건수의 비율이 전체 상담의 70∼80%로 작년 이맘때 40∼50%에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수도권 부동산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못 하고 집주인은 보증금을 반환하느라 은행 빚을 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정상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제도, 민사조정, 전세금 반환소송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은 지극히 상식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법정에서 서로 낯을 붉히기 전에 집주인과 세입자가 한발씩 양보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토연구원 윤주현 연구위원은 “특히 전세 보증금 인하나 월세의 전세 전환을 위해 교섭을 시작했으나 서로 감정이 부닥쳐 계약 갱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요즘 상황에서는 양측 다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집주인이 현 시세보다 높은 2년 전 전세금 수준으로 새 세입자를 구하기는 힘들다. 세입자 역시 보증금이 싼 집으로 이사할 수는 있지만 이사 비용, 중개 수수료 등을 감안할 때 기대만큼 큰 이득을 보지는 못한다. ▶표 참조

관련 업계에 확인한 결과 서울지역에서 전세금 1억2000만원짜리 집에서 1억원짜리로 이사할 때 세입자가 얻는 이득은 20만∼40만원 정도다. 한편 집주인은 적어도 190만원가량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석사공인’ 조재순 대표는 “시세 변화를 참고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경우 보증금 하락폭의 절반을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즉 위 사례에서 집주인과 세입자 양측이 1000만원씩을 양보해 전세보증금 1억1000만원에 재계약을 하는 것이 서로에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예컨대 2년 전 ‘보증금 6000만원, 월세 60만원’ 조건의 월세 계약을 전세 계약으로 바꾼다고 하자. 2002년 이후 서울지역의 월세 전환 이율은 보통 월 1%를 적용하고 있으므로 월세 60만원은 보증금으로 환산하면 6000만원에 해당한다. 이 월세 계약은 보증금 1억2000만원의 전세 계약과 조건이 같은 셈이다. 따라서 이번에 전세로 전환한다면 보증금 1억1000만원 선에서 타협을 보면 된다. 월세 전환 이율은 현재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0.75% △지방은 0.5%가 통용되고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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