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하반기도 우울]돈은 밖으로 줄줄이

  • 입력 2004년 7월 29일 18시 51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해외로 흘러나가는 자금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증여성 해외송금과 해외여행비, 이주비 및 재산 반출액, 해외 유학 및 연수비 등은 수익창출을 위한 투자나 상품·서비스의 수입이 아닌 ‘무(無)대가성’ 자금 유출로 분류된다.

이런 돈은 국내에서 투자나 소비할 곳을 찾지 못해 빠져나가는 것으로 해석돼 한국 경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개인 해외송금과 교포 재산반출 크게 늘어=한국은행이 29일 내놓은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중 경상이전 대외지급액은 58억562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0억8520만달러에 비해 15.2% 증가했다. 경상이전 대외지급액의 대부분은 개인이 해외의 친척이나 가족에게 보낸 증여성 송금이다.

또 이민을 떠나는 사람의 이주비와 교포가 국내에 남겨놨던 자금을 빼간 재산을 합한 ‘자본이전 대외지급액’도 상반기 중 8억772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9220만달러에 비해 26.7%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해외 증여성 송금과 이주비, 교포의 재산반출액을 합한 금액만 67억3340만달러로 올해 상반기 원-달러 평균 환율을 적용하면 7조8600억원에 이른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裵祥根) 연구원은 “해외 증여성 송금이나 해외 교포들의 재산반출액이 커지는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줄고 제대로 투자할 곳도 찾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부하러, 놀러… 해외로 떠난다=국내에서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소비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씀씀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해외 유학 및 연수비로 해외에 지급된 돈은 10억8990만달러로 한은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993년 이후 최대규모였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의 8억2090만달러에 비하면 32.8% 증가했다.

내국인이 해외에서 여행경비로 쓴 돈도 상반기 중 43억276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억2100만달러에 비해 16.3% 늘었다.

특히 6월 휴가철에 들어서면서 해외여행자수가 크게 늘어 6월 중 서비스수지 적자폭도 8억5910만달러로 5월(1억9340만달러)에 비해 4배 이상으로 커졌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나 관광 인프라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사람들이 국내에서는 돈을 쓰지 않고 해외에 나가 소비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국내에서 돈을 쓰게 하려면 전반적인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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