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기계장치 등 고정자산은 최근 4년간 48조원이나 줄었다.
또 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4년새 17조원이 늘었지만 지난해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의 66%에 불과했고 부채비율은 사상 최저인 116%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돈을 벌어 현금으로 쌓아놓고 빚 갚는 데 급급할 뿐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산은이 매출액 10억원 이상 2526개 제조업체의 재무구조를 조사해 내놓은 ‘기업의 보유자산 현황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작년 매출액은 604조원으로 1999년의 505조원보다 19.6%(99조원) 늘었다.
현금, 단기금융상품, 유가증권 등을 포함한 현금성자산도 같은 기간 48조원에서 65조원으로 35.4%(17조원) 증가했다.
하지만 토지, 건물, 기계, 영업권 등 고정자산은 99년 말 392조원에서 작년 말 344조원으로 12.2%(48조원) 줄었다. 생산능력과 관련 있는 유형자산도 같은 기간 270조원에서 242조원으로 10.4%(28조원) 감소했다.
특히 생산능력과 직결되는 기계장치자산은 작년 말 76조원으로 4년 전의 92조원보다 17.4%(16조원) 급감했다.
반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는 35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1억1000만달러)보다 65.9% 늘었다. 이는 2001년 상반기의 45억3000만달러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지역별로는 중국에 대한 투자가 15억6000만달러로 작년보다 50.9% 늘었다.
투자 주체별로는 대기업이 18억3000만달러로 110.3% 늘었고, 중소기업과 개인이 13억7000만달러와 3억달러로 30.5%, 57.9% 증가했다.
그나마 있는 국내 투자는 일부 대기업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편중현상을 보이고 있다. 산업자원부가 29일 내놓은 ‘2004년 상반기 설비투자 실적 및 하반기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의 상반기 설비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9%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삼성전자, LG필립스LCD, 포스코, 하이닉스 등 상위 5대 기업의 비중이 64%를 차지해 조사가 시작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