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하반기도 ‘우울’]내수 이어 ‘수출 엔진’도 이상

  • 입력 2004년 7월 29일 18시 51분


2·4분기(4∼6월)에도 소비와 투자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2·4분기 말에는 내수가 회복 기미를 보일 것”이라는 정부의 당초 전망이 빗나갔다.

여기에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수출과 건설경기마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기회복이 더욱 늦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소비와 투자의 회복시점=소비와 투자는 6월 들어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개선됐다. 도소매 판매는 지난해 6월에 비해 1.6% 증가했고 그동안 마이너스 행진을 했던 자동차 판매도 3.1% 증가했다. 6월 들어 설비투자도 1년 전에 비해 7.9% 늘었다.

그러나 자동차 판매 증가의 경우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판매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고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승용차 출하는 오히려 7.3% 감소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또 전반적인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내수소비재 출하는 5.5% 줄었다. 냉장고가 31%, 일반 컬러TV는 13.4%가 줄었다. 다만 무더위로 제철을 만난 가정용 에어컨의 출하는 40.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설비투자 증가도 반도체 설비투자 증설에 기인한 것으로 전반적인 투자심리 회복으로 보기에는 무리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정부가 당초 ‘경기회복 반전 데드라인’으로 예상했던 ‘2·4분기 말’이 지났음에도 내수가 본격적인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앞으로 경제 운용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수출과 건설 경기마저 가라앉는다면…=하반기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내수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증가세마저 둔화되면 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수출 둔화가 가시화하면서 6월 산업생산증가율은 작년 같은 달보다 12.3% 늘었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2.0% 감소했다.

건설경기도 심상치 않다. 6월 건설실적(기성액)은 작년 동월(同月) 대비 7.8%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올해 2월(5.5%) 이후 가장 낮았다.

또 앞으로 건설경기를 가늠하는 신규 건설 수주는 올해 들어 가장 많았으나 1년 전에 비해 36.9%나 급감했다. 이는 1999년 3월(―51.1%) 이후 최대의 감소폭이다. 지난해 6월 청계천 복원사업 특수(特需) 등으로 전체 수주액이 평소보다 크게 많은 11조1000억원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감소폭은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내수 회복이 미흡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다면 전반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2·4분기를 기점으로 경기가 더욱 나빠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분석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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