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코리아가 처음 가게를 낸 1999년만 하더라도 소위 ‘테이크 아웃’은 생소한 문화였다. 커피를 컵에 담은 채 들고 다니면서 마실 수 있다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커피란 으레 앉아서 마시는 것이라고들 생각했다.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명문 여대 앞에 1호점을 낸 것이 주효했다. 변화의 진원지를 제대로 포착한 것. 얼마 되지 않아 커피를 홀짝거리면서 거리를 활보하는 학생들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전통적인 다방 문화와 접목시킨다면 효과는 훨씬 클 것 같았다. 공간을 갖춰서 커피도 마시고 친구도 만난다면 매출도 당연히 늘 터. 가게를 대형화했다. 1층에서 3층, 많게는 5층까지 빌딩 전부를 커피숍으로 바꿨다. 여러 나라 스타벅스 체인점 중 최초 시도였다. 미국의 경우도 대체로 커피를 앉아서 마시는 손님이 10%, 사들고 가는 손님이 90%이기 때문에 매장은 20∼30평이 보통이다. 20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은 모험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
▷브랜드 인지도는 높아지는데 비싼 임대료 때문에 적당한 매장을 구하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궁리 끝에 유명 빌딩의 1층만을 집중 공략했다. 한국의 고층 건물들은 대개 1층에는 안내 데스크만 두고 빈 공간으로 남겨둔다는 데 착안한 것. 건물주들을 설득해 싼 임대료로 1층에 가게를 낼 수 있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점포 수는 이제 100개로 늘어났다. 특이한 것은 100명의 점장 중 20대가 73명이라는 것. 젊은 고객의 취향을 더 잘 이해할 사람이 필요해서라고 한다. 이들 모두 커피 전문제조사(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재호 논설위원 leejaeh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