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존경하는 리더]아메리칸스탠다드코리아 강웅식 사장

  • 입력 2004년 8월 1일 19시 04분


사진제공 아메리칸스탠다드코리아
사진제공 아메리칸스탠다드코리아
직장이 갈수록 약육강식의 전쟁터가 돼가면서 멘터(Mentor)형 리더의 가치가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멘터는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리더를 일컫는다.

나의 영원한 멘터는 세계적인 욕실 및 주방용품 전문업체인 아메리칸스탠다드 코리아의 강웅식 사장(64·사진)이다.

강 사장과 나의 각별한 인연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전지 생산업체인 서통에서 근무할 당시 직장 상사였던 강 사장은 어느 날 내게 물감과 붓을 선물하더니 급기야 화실에 데려가 등록시켰다.

당시 미술협회 회원으로 따로 그림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던 강 사장이었지만 한 달 내내 10년 후배인 내 손을 이끌고 함께 학원을 다녔다.

덕분에 나는 일에 묻혀 일벌레로 살면서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던 허전함을 메울 수 있는 좋은 취미를 얻었다. 그 이후 틈틈이 모든 것을 잊고 나만의 그림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다.

특히 그림에 대한 취미는 훗날 내가 가구회사의 경영자로서 일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가구가 단순히 기능적인 도구가 아니라 주거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중요한 축이라는 것,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소비자가 주거공간을 완성하는 데 가구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준 강 사장이 고마울 따름이다.

강 사장은 내게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익히게 해주고 기획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이끌어줬다. 일선 영업부서에서만 일했던 내가 적자 사업부에서 기획과장을 맡아 적자 탈출을 위해 고심할 무렵 강 사장은 재무회계 관련 서적을 사주며 개념을 자상하게 설명해주고, 탈(脫)적자에 대해 많은 노하우를 가르쳐주었다.

당시 경험이 오늘날 경영자로서 업무를 무리 없이 수행하는 데 있어 큰 원동력이다.

상사가 부하에게 전문서적 몇 권을 사주는 것은 그리 큰일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부하직원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진심으로 애써주는 상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게는 큰 힘이 되었다.

서로 다른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강 사장은 진심어린 조언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인생과 일에 있어 의논할 일이 있으면 나는 늘 강 사장을 찾아 도움말을 얻는다.

강 사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가르쳐주었다. 강 사장은 개인 전시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 2400만원 전액을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재단에 기부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는 작업을 통해 완성된 분신을 남을 위해 서슴없이 내놓은 강 사장의 용기와 사랑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시대 진정한 리더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은 화려하고 공격적이며 저돌적인 사람만을 리더로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크고 작은 삶의 결단이나 선택의 순간에 진심어린 조언과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강 사장이 그랬듯이 나는 주위 사람이나 후배의 인생 항해에 있어 작은 등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항상 다짐하며 산다.

한순현 BIF 보루네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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