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금감위장 "조직혼란…계속하기 힘들어"

  • 입력 2004년 8월 1일 23시 51분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김용환 공보관을 통해 사의 표명을 하고 난 후 한동안 사무실에 칩거했다. 이후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나서던 중 기자들과 잠시 마주치자 복잡한 심경을 짤막하게 내비쳤다. 또 이날 밤 일부 기자와의 휴대전화 통화에서 간단히 질문에 답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왜 사의를 표명했나.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물러날 때라고 판단해 사의를 밝힌 것뿐이다.”

―여러 상황이 뭔가.

“지금 상황 복잡한 거 기자들이 더 잘 알지 않나.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관련해 (금감원 노조가) 삭발투쟁을 벌이고 퇴진운동을 한다는 얘기가 들리는 마당에 어떻게 조직의 수장(首長)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겠는가.”

―청와대와는 사전 조율이 됐나.

“의사는 전달했다.”

―청와대 386세대 주축들과 갈등은 없었나.

“내가 언제 386 얘기 한 적 있었나. 그런 일 때문에 나가는 게 아니다. 내가 그만두면 그만두는 것인데 무슨 원인이 또 있겠나.”(그러나 이 위원장은 현 정권 실세그룹과 다소 ‘코드’가 맞지 않다는 소문이 많았다.)

―이 시점에 그만두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말도 일부에서 나온다.

“어쩔 수 없다. 조직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위원장 역할을 계속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내겐 특별한 해결책도 없다. 비난은 감수하겠다.”

―갑자기 수장이 바뀌면 금융감독에 문제가 많지 않나.

“금융감독기구는 어차피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만큼 나 한 사람 퇴진했다고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금융시스템이 불안한 것도 아닌데 특별히 나갈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감독정책을 집행해 왔다. 또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금융 불안 때문에 나가는 것은 아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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