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감 커진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 급등

  • 입력 2004년 8월 2일 18시 44분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1년4개월 만에 4%대를 넘어섰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2년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르는 등 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침체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들썩이는 물가=2일 통계청이 내놓은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올해 7월 소비자물가지수(2000년 평균 물가 수준=100 기준)는 114.9로 1년 전인 지난해 7월(110.1)에 비해 4.4%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3월(4.5%) 이후 처음이다.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물가는 더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 가격과 공공요금 등 일반 생활과 직결된 품목 156개를 뽑아 산정한 생활물가지수(2000년 평균=100 기준)는 전년 7월보다 5.8%나 올라 2001년 8월(6.0%)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품목별로는 열무가 전월 대비 75.5% 오른 것을 비롯해 △상추 67.5% △무 63.8% △배추 63.4%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기름값도 국제유가 급등과 정부의 에너지세제 개편 등에 따라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이 전달에 비해 17.8% 올랐다. 경유와 등유도 각각 6.4%와 4.3% 상승했다.

제정본(諸正本)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국제유가 급등과 집중호우, 폭염 등 예상하지 못했던 물가 상승 요인이 발생해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향후 물가는 국제유가가 변수=정부는 최근 물가 상승이 국제유가 급등에 영향을 받은 만큼 유가만 안정되면 물가상승률 연간 목표치인 3%대 중반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러시아 석유 생산 차질과 이라크 남부 지역 테러위험 등 불확실성 때문에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 의도대로 안정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를 마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43.62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배럴당 40.03달러에 거래를 마친 런던국제석유거래소의 브렌트유도 장중 한때 40.05달러까지 올라 1990년 10월 걸프전 당시(40.95달러)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승우(李昇雨)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으로서는 국제유가 동향에 따라 물가가 좌우될 수밖에 없다”며 “급격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건강보험료에 포함되는 약값과 이동전화 요금을 조기에 내리고, 지방 공공요금 인상 시기를 분산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태그플레이션 논란=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이미 ‘저성장과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내수(內需)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물가만 오르기 때문.

홍익대 경영학과 김종석(金鍾奭) 교수는 “한국이 생산성 등 성장 잠재력을 높이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만 오르다보니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진 것”이라며 “여기에다 고유가까지 가세하다보니 서민들의 고통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가 5%대인 데다 물가 상승률이 과거 개발 시대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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