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으로 새롭게 선보인 실물펀드는 장기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을 대신할 투자수단이 될 것으로 높은 관심을 모았다.
유가증권을 투자대상으로 하는 펀드와 달리 변동성이 크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정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기 때문.
특히 5월 말부터 선보인 부동산펀드가 판매 하루 만에 목표모집금액을 넘어서는 등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새로운 투자시장의 활로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원유연계 펀드, 금 펀드 등이 모집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시기상조였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잇단 펀드 모집 실패=삼성증권은 국내 최초로 국제 금 가격에 따라 수익이 연동되는 ‘삼성 GLS(Gold Linked Securities) 펀드’를 지난달 19∼28일 판매했다. 하지만 판매금액이 펀드를 운용하는 최소 금액인 50억원을 밑돌자 펀드 설정을 포기했다.
대한투자증권이 2일 설정한 ‘인베스트 골드 프리미엄 채권투자신탁’도 모집 금액이 당초 기대를 크게 밑도는 50억원에 그쳤다.
두 상품 모두 금 가격이 크게 떨어지더라도 원금은 보존되고, 금 가격이 일정 수준 오르면 최고 연 10∼14%대의 수익률을 올리도록 설계된 상품이었다.
이에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6월에 원유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상품을 판매했으나 판매액이 목표치(80억원)에 못 미치자 펀드 설정을 취소했다.
이 밖에 KTB자산운용은 영화 TV드라마 등에 투자하는 엔터테인먼트 펀드를 공모(公募)했다가 반응이 미미하자 사모(私募)방식으로 판매방식을 바꿨다. 이후 50억원을 유치해 지난달 27일 펀드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는 당초 목표액(400억원)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펀드규모를 120억∼15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법인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해 부족과 낮은 수익률이 원인=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실물자산 투자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이해 부족을 꼽았다.
대투증권 남명우 부장은 “장롱에 모셔두는 금이나 원유에 투자한다는 상품구조를 투자자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함에 따라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여기에 낮은 수익률도 투자 매력을 줄인 요인이다. 금과 원유 가격이 크게 올라 방향성 자체가 불투명하고 이들 펀드가 사실상 채권형 펀드에 가깝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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