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컨설팅회사인 ‘리더스 어소시에이션’의 강우중 대표(36)는 요즘 부쩍 이렇게 강조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기업에는 구조조정 노하우를 배우기 위한 컨설팅 바람이 불었고 다국적 컨설팅회사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형 다국적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던 한국인들이 ‘한국 문화와 한국 기업에 맞는 컨설팅’을 주창하며 잇달아 컨설팅회사를 창업하고 있다. 강 대표도 그 가운데 한 명.
리더스 어소시에이션은 강 대표가 근무하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 다국적 컨설팅사에서 근무하던 컨설턴트 15명이 의기투합해서 창업했으며 작년 말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강 대표는 “한국 컨설팅회사는 다국적 컨설팅회사가 제공하지 못하는 강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다국적 컨설팅사는 가격이 비싸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를 주로 취급한다. 그러나 기업 현실에서는 다급한 현안과 관련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빠른 시간 내에 해답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토종 컨설팅회사들이 이런 수요에 적합하다는 것.
또 토종 컨설팅회사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면서 한국 기업이 실행하기 어려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한국 기업의 실정에 맞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리더스 어소시에이션은 특이한 전략을 하나 갖고 있다. 보통 컨설팅회사들은 기업의 경영 전략이나 경영 활동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리더스 어소시에이션은 고객이 원하는 경우 실행에까지 참여한다.
컨설팅회사가 실행에 참여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지만 컨설턴트들이 실행에 참여하면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고 귀중한 현장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강 대표는 생각한다.
실제로 리더스 어소시에이션은 국내 한 이동통신회사의 무선인터넷 포털 사업 관련 컨설팅을 맡은 뒤 고객사의 요청으로 무선인터넷 포털 사업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회사 내에 아예 게임개발 사업팀도 두고 있다. 가장 지식집약적인 산업이면서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게임산업을 직접 운영해 보면서 국내 게임산업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보겠다는 것이 강 대표의 포부다.
국내 컨설팅회사의 앞날에 대해 강 대표는 “한국은 정보기술(IT)과 관련한 새로운 실험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한국의 컨설팅업체들이 해외로 진출할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다국적 컨설팅은 미국계가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지만 금융부문은 영국의 컨설팅사가, 통신부문은 핀란드, 기계나 자동차부문은 독일 등 그 나라의 산업이 강한 부문에 특화한 토종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
강 대표는 컨설팅을 건강진단에 비유하면서 국내 중견 기업들 중 상당수가 컨설팅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아야만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고 평소 모르던 병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
“지식집약산업의 꽃인 컨설팅도 한국기업이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강 대표의 포부는 아직 현실에서 검증이 되지 않았다. 다만 강 대표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에 나서는 젊은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나올수록 한국 경제가 ‘무기력증’에서 탈출하는 시간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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