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메릴린치 보고서 “환란후 최악… 한국경제 기로에”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21분


미국 금융회사인 메릴린치가 한국경제는 최근 신용카드 위기 등으로 ‘기로(crossroads)’에 서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메릴린치의 티모시 본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9일 한국경제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국경제는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가장 취약하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2002∼2003년 한국에서 발생한 신용카드 위기는 1970년대 ‘오일 쇼크’나 1980년대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를 급격히 인상한 ‘볼커 쇼크’보다 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 경제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져 최근 경제성장의 혜택은 대기업과 수출기업, 기술업종, 정규직 노동자 등에게 돌아간 반면 다른 분야는 정체되거나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양극화 심화는 구조적 문제로 수출 회복을 막아 내수를 부양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다만 소비는 바닥을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 양극화와 2000∼2001년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후유증으로 회복세가 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그는 수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만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여 한국은행이 내년 1·4분기까지는 콜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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