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왕좌왕 끝내고 규제사슬 끊어라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35분


여유자금이 있는 기업조차 국내 투자를 꺼린다. 일부 대기업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으로 인해 투자에 제약을 받고 있다. 외국 자본도 우리나라를 비켜가기 바쁘다. 이런 상황을 반전(反轉)시키지 못하면서 말로만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되뇐다고 경제가 살아날 리 없다.

투자 활성화가 경제의 악순환을 선(善)순환으로 바꾸기 위한 핵심 과제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투자를 위축시키거나 기피토록 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구체적 노력이다. 그 가운데 중요한 하나가 규제의 획기적인 완화다. 정책과 법으로 이를 실행할 책임은 정부와 국회에 있다. 그런 점에서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대폭 완화 또는 폐지 등 규제 털어내기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은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을 여당의 다른 일각에서 ‘기업 개혁에 후퇴는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뒷덜미 잡고 나선다.

언제까지 이렇게 우왕좌왕 일진일퇴할 것인지, 투자 위축의 주요인 해소에 끝내 실기(失機)해 당장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중장기적 성장의 싹마저 꺾을 것인지 안타깝다. 규제를 움켜쥐고 있는 것이 ‘경제 살리는 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면 현실을 너무 모른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질주하는 세계경제와 주저앉는 한국경제가 그렇게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지 묻고 싶다.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효과보다 역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과잉투자가 문제되는 국면이 아니라 투자 고갈이 성장잠재력을 무너뜨리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시장 개혁이란 이름 아래 투자 애로 해소보다 기업 투명성 제고와 지배구조 개편 등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들의 규제 완화 요구를 반박하고 질타하는 데 몰두하는 형국이다.

성장엔진이 식어도, 경제가 빈껍데기로 쭈그러들어도 ‘개혁은 선’이라는 독선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경제 살리기의 방해꾼이라고 우리는 본다. 더는 우왕좌왕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규제의 사슬을 끊기를 정부여당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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