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나노미터(nm·10억분의 1m)급 공정을 남보다 빨리, 폭넓게 도입할수록 원가 경쟁력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D램 생산업체인 삼성전자가 나노 공정 확대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경쟁업체들도 이를 뒤따르고 있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D램 생산라인에 90나노 공정을 도입한 데 이어 연말까지 90나노 공정의 비중을 5%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0.11μm(110nm) 이하의 공정이 전체 D램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90%를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10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세계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낸드플래시메모리에도 90나노 공정을 연말까지 70%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측은 “90나노 공정은 생산량이 0.11μm보다 40% 이상, 0.13μm보다 갑절로 많아지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필수인 반도체 업계에서는 나노 공정의 주도권을 먼저 잡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아직까지 D램 생산공정에서 0.13μm(130nm)의 비중이 0.11μm보다 약간 앞서고 있지만 0.11μm 비중을 올해 안에 크게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 9월 이전에 낸드플래시메모리에도 90나노 공정을 적용해 연내에 5%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말에는 70나노 공정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이미 D램 생산라인에서 0.11μm 이하 공정 비중이 70%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말부터 90나노 공정으로 2기가 비트 용량의 낸드플래시메모리 양산을 시작하는 등 나노 공정 경쟁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예정이다.
독일의 인피니온은 D램 분야에서 0.11μm 이하 공정이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대우증권의 정창원(鄭昌沅) 연구원은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D램 시장에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나노 공정을 누가 먼저 도입해 원가를 떨어뜨리느냐에 따라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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