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의존도가 낮아진 것은 기업의 재무구조가 튼튼해졌다는 뜻이지만 기업들의 불안심리에 따른 투자 부진 현상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산업은행은 매출액이 10억원을 넘는 국내 제조업체 2526개의 보유자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차입금 의존도는 25.7%였다고 10일 밝혔다.
총자산은 585조5000억원, 차입금은 150조4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차입금 의존도는 산업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1977년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2002년 일본의 30.8%보다 낮고 직접금융 시장이 발달한 미국의 지난해 차입금 의존도(25.4%)와 비슷한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조사한 제조업의 차입금 의존도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97년 54.8%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낸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떨어졌다.
차입금 규모도 97년 317조원에서 99년 234조9000억원, 2001년 187조4000억원, 지난해 150조4000억원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99년 202.5%에서 2001년 167.6%, 2003년 116.1%로 낮아졌다.
산업은행은 “기업들이 외환위기 이후 재무 안정성을 위해 현금성 자산을 늘리면서 제조업체의 현금성 자산은 99년 47조원에서 지난해 65조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李壽熙) 기업연구센터소장은 “기업들이 국내 정치경제적 불안 때문에 투자시기를 늦추면서 이 돈을 은행빚을 갚거나 자사주를 사는 데 쓰고 있어 차입금 의존도가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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