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고공행진]이라크-러 사태악화땐 하반기 '오일쇼크' 가능성

  • 입력 2004년 8월 10일 18시 51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한국경제는 성장률 하락과 물가 상승, 교역조건 악화, 경상수지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석유부족사태를 우려하는 보고서까지 나와 일부 국내외 석유전문가들의 전망처럼 배럴당 100달러의 고유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계 석유공급 브레이크 걸리나=전문가들은 현재의 세계 원유시장이 공급부문에서 깊은 늪에 빠졌다고 분석한다.

가뜩이나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하루 180만배럴을 생산하는 이라크 남부 바스라 유전이 9일 저항세력의 공격 위협 때문에 생산을 중단했다. 다행히 하루 지나 부분적으로 생산을 재개해 평소의 절반 수준(시간당 3만5000배럴)으로 석유 수출을 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출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러시아의 유코스 사태 악화 소식은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고 한 시장전략가는 지적했다.

국제 원유수요는 하루 8200만배럴로 작년보다 4% 늘어났고 증산(增産)은 한계상황인 만큼 주요 수출국인 이라크와 러시아의 생산차질이 국제시장에 주는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른바 ‘오일 쇼크’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독일 도이체방크의 아담 지멘스키 석유시장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가능성은 낮지만 주요 산유국 가운데 두 곳 이상에서 자연 재해 또는 인위적 파괴행위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는 것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기로에 선 한국경제=국제유가의 상승세는 한국을 침체의 수렁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국내 원유수입의 7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7달러대를 지속할 경우 향후 1년간 수입이 88억3000만달러 늘고, 수출이 31억6000만달러 줄면서 120억달러의 무역수지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할 때마다 경제성장률이 0.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자원부는 7월 중 월평균 원유 도입단가가 37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게다가 한국석유공사 보고서가 지적한 대로 세계 석유수급 위기가 현실화할 경우 석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로서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석유공사는 이 보고서가 실무자 개인 의견이며 한국은 충분한 석유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6월 말 현재 원유 6553만1000배럴, 석유제품 736만배럴, 액화석유가스(LPG) 367만7000배럴등 총 7656만8000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으며 2008년까지 공동비축을 포함해 총 1억4100만배럴의 비축유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현재 55일간의 비축유를 갖고 있으며 민간재고 58일분을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현재 비축일수는 총 113일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고기준인 90일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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