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 추락한다]“먹는 장사도 적자”

  • 입력 2004년 8월 10일 18시 55분


내수 침체로 음식점 숙박업소 등 적은 자본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맞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식당가 앞이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내수 침체로 음식점 숙박업소 등 적은 자본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타격을 맞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식당가 앞이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자영업이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계속되는 불황에다 향후 전망마저 불투명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린 것이 가장 큰 이유. 식당업, 숙박업, 이·미용업소, 각종 프랜차이즈 등 동네 자영업자들은 매달 적자를 보다 못해 가게를 내놓았지만 몇 개월씩 나가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직장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자영업자들간 경쟁이 심해진 것도 한 이유로 꼽고 있다.》

▽‘먹는장사 너마저…’=경기 안산시에서 일식집을 하는 김모씨(45)는 불황으로 점포를 정리해야 할 처지다. 2000년 일식집을 인수했는데 당시 하루 150만원대이던 매출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40만원대로 떨어져 가게를 내놓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4분기(1∼3월) 중 음식점업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가 줄어 여러 자영업 중 가장 하락률이 컸다. 이 같은 하락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율로 돌아선 지난해 2·4분기(4∼6월)의 ―0.2% 이후 가장 하락률이 컸다. 숙박과 음식점을 합친 숙박 도소매업도 1·4분기에 3.8%, 2·4분기에 0.9%가 각각 줄었다.

▽숙박업도 어렵다=여관은 과거 대표적인 소규모 ‘부동산임대업’으로 인기가 있었으나 옛말이 되고 있다. 한국숙박업중앙회 김문수 사무총장은 “전국 회원 업소수가 2만7000여개에서 1년여 만에 2000개 이상 줄었고 특히 회비는 4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는 최근 1년여 만에 300여개에서 200개가량으로 급감했다.

김 총장은 “마포구 합정동의 한 여관은 방이 10개인데 7일 토요일 하루 동안 방이 단 한개 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소개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공인중개사 자격증 열기도 시들해졌다. 서울 성동구에서 공인중개사 시험 대비 학원인 ‘왕십리 한국법학원’을 운영하는 이광휘씨는 “학원 수강생이 지난해보다 20%가량 줄었다”며 “부동산경기 추락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디지털 태인에 따르면 전국의 ‘근린 생활시설’ 경매 처리 건수는 1월 4368건에서 7월 5518건으로 1000건 이상 늘었다. ‘근린 생활시설’은 대부분 상가나 소규모 점포 등 자영업 점포들이다.

▽자영업 추락이 신용불량자도 늘렸다=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 10월 위원회가 세워진 후 올 5월말까지 채무조정 신청을 한 신용불량자는 15만7226명. 이들이 빚이 늘어난 주요 이유는 생활비(29.4%)에 이어 사업 부진이 16.8%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병원비(9.0%) 교육비(10.8%) 등.

한국노동연구원 금재호 박사는 “자영업이 어려워진 것은 내수 부진이 큰 요인이지만 유통 음식 숙박업 등의 구조조정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즉 유통업체의 대규모화, 체인화에 따라 소규모 점포가 몰락하고 있다는 것. 또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중고급 전문 음식점의 확산 등이 ‘전통적인’ 가게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금 박사는 분석했다. 숙박업계는 ‘찜질방’의 24시간 영업이 숙박객을 줄였다며 보건복지부에 영업시간 제한을 요구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이후 너도 나도 식당을 차려 식당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 서비스 자영업의 경쟁이 심해진 것도 어려움을 부채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무급가족종사자(월급을 받지 않고 일하는 가족 직원)를 포함한 자영업자의 비중(2001년 기준)은 한국이 36.6%로 일본 16.0%, 미국 7.4% 등에 비해 월등히 높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정재윤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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