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취업준비]<3>집단, 토론면접 준비

  • 입력 2004년 8월 11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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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를 지방으로 옮기는 것에 찬성하는가’ ‘촛불시위에 대한 찬반 토론을 하라’ ‘공장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좋은가’ 최근 기업들의 집단토론 면접에 등장한 토론 주제들이다. 집단토론은 응시자 5∼8명이 특정한 주제를 놓고 30분∼1시간 토론을 벌이는 방식이다. 면접관들은 이 시간 동안 응시자의 발언 내용, 제스처, 경청 태도, 발언 자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현대자동차, 기업은행, 조흥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이를 주요 면접시험의 하나로 삼고 있다. 집단토론은 논리력과 판단력, 표현력, 조직적응력, 창의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또 평가할 수 있는 무대. 그만큼 꼼꼼한 사전 준비와 대응이 요구된다.》

▽승패(勝敗)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작년 스크린쿼터를 주제로 진행된 주택금융공사의 집단토론 현장.

찬반 여부를 놓고 영화의 사회문화적인 가치와 경제적인 논리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여성 지원자 A씨가 나섰다. A씨는 일단 양쪽의 논리를 구체적인 개별 사례를 들어가며 정리해 냈다. 이어 이들의 의견을 아우르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토론을 이끌어나갔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부 박금석 과장은 “A씨의 조정능력이 탁월해서 아예 논쟁 자체가 마무리된 느낌”이었다며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집단토론 면접은 판단력과 논리력, 표현력, 조정력 등을 평가하는 종합 테스트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 취업정보 제공업체 사무실에서 실전 대비를 위해 모의 집단토론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크루트

반면 B씨는 지나치게 다른 토론자들을 공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였다. 남의 말을 한두 차례 가로챘고 혼자서 말하는 시간이 길었다. 나중에는 심사위원들이 직접 B씨를 제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B씨는 최저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토론시 어느 주장이 이기느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더 눈여겨본다는 것.

팽팽하게 맞서는 의견들을 조정해 가는 리더십은 높은 점수를 받는다. 양쪽이 맞설 때 한 편에 동조하거나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당신들도 맞지만 제3의 의견으로 이런 것도 있으니 조정해 보자”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설득당하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SK텔레콤 인력운영팀 이호민 과장은 “심사위원들은 토론의 결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므로 논리적 비약을 만들어 가면서까지 주장을 관철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치밀하고 개성적인 논리 전개=지난달 이라크 파병 여부를 놓고 진행된 기업은행의 집단토론 현장.

대부분이 신문 사설이나 방송에서 한 번쯤은 본 비슷한 논거들을 내놨다. 이때 응시자 C씨는 고사성어 등을 이용해 ‘안 가면 굶어죽고 가면 총 맞아 죽는’ 상황임을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최선이 아니라도 차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기업은행 조헌수 팀장은 “대부분이 어디서 외워온 듯한 천편일률적이고 단편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 C씨는 단연 눈에 띄는 응시자였다”고 소개했다.

심사위원들조차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독창적인 논리는 점수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안을 돌려서 생각해 보고 깊이 고민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

조 팀장은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고 덧붙였다.

논리가 비슷할 경우 중요시되는 것은 주도권. 먼저 입을 떼는 사람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는다. 남의 논리를 반박하려고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그 밖의 주의할 점=의견을 명확하게 내놓아야 깔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결론부터 간단하게 내놓은 뒤 부연 설명을 붙이는 연역적인 논리 전개가 좋다.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취업정보제공업체 인크루트의 이광석 대표는 “남의 의견을 들을 때 눈을 맞춰 주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 제스처를 적당히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각종 취업 관련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집단토론 관련 정보들도 참고할 만하다. 단 거기에 적힌 대로 따라 하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다.

집단토론에 대한 사전 도움말 제공을 거부한 현대차 인사팀 관계자는 “응시자들이 전부 그런 사이트에 들어가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표면적으로 준비된 자’에게 속을 가능성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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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SK C&C’ 입사 임문희씨 “논쟁대신 의견조율 나섰죠”▼

“21명의 유명인사가 탄 배가 난파를 당했다. 당신은 5명만 살려야 한다. 누구를 고르겠으며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통합시스템 관리업체 ‘SK C&C’에 입사한 임문희씨(27·여)가 집단면접 전형을 앞두고 받은 질문이다. 집단면접은 5명가량의 입사지원자들이 함께 같은 주제를 두고 심사위원 앞에서 토론을 벌이는 전형 과정.

임씨는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SK C&C의 통신사업부 네트워크팀에서 근무 중인 임씨는 지난해 치른 집단면접 전형에 대해 “무엇보다 면접 태도를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

임씨는 “면접관은 면접 동안 아무 말 없이 지원자들을 바라본다”며 “남의 의견을 누르려 들거나 조용히 남의 의견을 듣기만 하면 면접관이 독선적이거나 소극적으로 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임씨의 전략은 성공했고 SK C&C의 신입사원 채용결과 임씨는 집단토론 전형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신입사원으로 합격했다.

당시 6명이 참여한 임씨의 집단면접 과정에서는 실제로 두 지원자가 맞붙어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나머지 넷 중 둘은 가만히 그들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으나 임씨와 다른 한 명의 지원자는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하는 이 둘을 말리기 시작했다.

SK C&C가 보관한 임씨의 집단면접 평가에는 임씨가 “다른 이들의 의견을 조율할 줄 아는 능력과 자신과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이는 자세가 돋보인다”고 적혀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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