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좌파적 덫’에 걸려”

  • 입력 2004년 8월 12일 18시 42분


안국신 교수
안국신 교수
중견 경제학자인 중앙대 안국신(安國臣) 교수는 12일 “현 정부는 좌파 정권이며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려 있다”고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우리 사회가 이념 편향을 버리고 시장경제 원리를 수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안 교수는 이날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 주제발표를 통해 “일부 정치학자와 경제학자가 규정하듯이 참여정부는 좌파 정권이고 ‘좌파적 가치의 덫’에 걸려 있다”고 전제하고 “집권세력은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좌파적 실험을 거두는 반성문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정권이) 과거 ‘국민의 정부’가 저지른 두 가지 과오, 즉 준비 안 된 개혁을 과도하게 추진하는 것과 정치 논리로 경제문제에 접근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교수는 특히 “참여정부의 시행착오를 통해 자유 시장경제와 경제 제일주의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대통령이 차기에 선출되면 ‘소득 2만달러 시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대통령이 선출되면 선진국에서 중소득 국가로 전락한 아르헨티나를 본격적으로 닮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안 교수는 “(좌파 정권에서는) 여론몰이와 대중영합적 정책이 많이 나오고 정치 제일주의가 횡행하기 마련”이라며 “수도 이전이라는 국가 대사를 국민투표도 없이 밀어붙인다는 것은 독재정권도 엄두 못 낼 일”이라고 신랄히 비판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 강연에서 이 부총리는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개혁과 반개혁, 친시장과 반시장, 좌냐 우냐 하는 이념적 혼란을 겪고 있다”며 “이는 사고의 다원화가 진행되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반시장적, 근본주의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은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이념적 편향과 근본주의를 지양하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와 법치주의 원리가 우리 사회의 근본이라는 인식을 공유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우리 사회의 목표는 빈부격차의 해소가 아닌 빈곤 타파”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이 부총리가 지금까지 한 말 가운데 가장 강도 높게 ‘좌파 이념의 문제점’을 비판한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부총리는 이와 함께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의 경우 전통적인 노동당의 이념지향적 좌파 논리를 버리고 대처리즘의 시장주의 원리를 받아들이면서 장기집권이 가능했다는 좋은 사례가 있다”고 말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안 교수와 함께 주제 발표 연사로 참여한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분배주의 평등주의 사회주의적이라는 시각은 너무 사실과 동떨어져 논평할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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