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존경하는 리더]교세라그룹 이나모리 명예회장

  • 입력 2004년 8월 15일 18시 01분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일본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회장을 접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여러 경영자 보고서와 기사를 통해 일본 벤처업계의 살아있는 신화인 그에 대해 알고 있던 나는 그가 낸 책 ‘CEO to CEO’가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는 소식에 얼른 책을 사서 봤다.

그는 거의 맨주먹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하여 현재의 교세라 그룹을 만들어냈다. 교세라는 전 세계 세라믹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이기도 하다.

많은 경영자가 이나모리 명예회장을 존경하는 이유는 그가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자이기 때문이다. 기업을 창업해서 역경을 이기고 큰 기업으로 성공한 경영자는 많지만 정말로 인간 중심의 경영을 실천한 기업가는 드물지 않을까.

그의 경영철학은 ‘이타(利他)와 공생’이다. ‘마음을 높여라, 경영을 키워라’든가 ‘경영의 진수를 깨달아 경영자의 마음이 바뀌면 경영은 순조롭게 된다’는 말에서 그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지금은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으로 옮긴 박지성 선수가 일본 교토 퍼플상가 소속일 때 진로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이 구단의 스폰서인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박지성을 만나 잔류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최종적으로 박지성이 아인트호벤행을 결정하고 나자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환송회장에서 “언제든 돌아온다면 환영하겠습니다”라고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가 창시한 ‘아메바 경영’도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고 모두가 보람을 느끼며 일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다. 아메바 경영은 전 조직을 공정별 제품별로 나눠 독립채산이 가능한 조직으로 운영함으로써 전 사원이 중소기업 경영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독특한 경영방식이다. 회사가 아무리 커지더라도 조직이 아메바처럼 세포 분열하여 단출한 조직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교세라에는 3000개의 아메바가 있고 아직도 증식 중이다.

현재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현역에서 물러나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가 세운 벤처기업인 무료 양성소 ‘세이와주쿠(盛和塾)’ 출신으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 등이 있다.

요즘 한국처럼 경영환경이 어렵고 힘들 때 이나모리 회장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경영의 요체는 최고경영자가 갖고 있는 마음에 있다.’

김해관 앤프라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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