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터넷 사이트를 찾았지만 부동산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별로 시세차가 크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근 아파트 거래가 끊어지면서 시세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
중개업소가 실거래 가격이 아닌 호가(呼價) 위주로 시세를 알려 주거나 아파트 부녀회 등에서 가격을 왜곡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네인즈의 조인숙 팀장은 “실제 거래된 가격이 아니면 ‘시세’가 아니다”라며 “여러 곳을 통해 실거래가를 확인해야 수요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즘 아파트 시세는 고무줄=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는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현대슈퍼빌 86평형 시세를 15억∼23억원으로 표시했다. 이는 한 달 새 1억7500만원 상승한 가격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은행, 네인즈 등 다른 부동산 정보제공업체는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으며 상한가도 20억원 이하라고 발표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한 달 새 1000만원 오른 14억7500만∼19억7500만원, 네인즈는 같은 기간 가격 변동이 없어 14억8000만∼19억5000만원으로 각각 시세 정보를 제공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두산위브 45평형도 비슷하다. 한 달 새 시세가 6000만원 상승했다는 업체가 있는 반면, 가격 변동이 전혀 없다는 업체도 있다.
정보제공업체는 현지 중개업소에서 시세 자료를 제공받는다. 결국 중개업소마다 시세를 서로 다르게 제시하는 셈이다. 아파트의 상한가와 하한가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경우 6억7000만원부터 8억원대까지 매물이 나와 있어 시세를 가늠하기 어렵다.
대치동 메인부동산 김진호 대표는 “매도자가 내놓는 가격과 매수자의 ‘기대 가격’ 간의 격차가 커져 최근 시세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거래 침체가 가격 왜곡=서울 서초구 서초동 명성공인중개사무소 곽영순 대표는 현대 슈퍼빌의 시세에 대해 “최근 2, 3개월간 거래가 사실상 끊어졌고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거래가 없는데 가격이 오를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슈퍼빌 가격이 급등했다고 발표한 닥터아파트의 강현구 정보분석실장은 “거래가 없어 호가를 시세로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거래 침체가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는 얘기다.
아파트 값 하락을 막기 위해 아파트 부녀회 등에서 중개업소에 압력을 넣는 사례도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업소 바깥에 실제 거래된 가격을 써 붙였다가 낭패를 당했다.
해당 아파트 부녀회에서 “유독 이 중개업소만 아파트 값을 낮춰 나타냈다”며 “아파트 값을 올려서 게시하지 않으면 주민들을 동원해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급매물은 급매물이 아니다?=‘급매’ 용어의 남발도 수요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모든 물건이 실시간으로 인터넷부동산사이트에 등록되므로 ‘급매’라는 딱지가 붙어도 가격이 싸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동산114 김혜현 차장은 “요즘 같은 시기에 구매 의사가 있으면 우선 자신의 적정 희망가격을 정해 놓고 매물들을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층, 향, 조망권 등에 따라 다양한 매물의 가격을 검색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부동산정보업체별 아파트 시세 비교 | |||
구분 | 시세 | ||
닥터아파트 | 국민은행 | 네인즈 | |
서울 서초구 서초동 현대슈퍼빌 86평형 | 15억∼23억원 (1억7500만원 상승) | 14억7500만∼19억7500만원 (1000만원 상승) | 14억8000만∼19억5000만원 (가격변동 없음) |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두산위브45평형 | 6억∼6억5000만원 (6000만원 상승) | 5억5500만∼5억9000만원 (가격 변동 없음) | 5억7000만∼6억5000만원 (가격변동 없음) |
( )는 최근 한 달간 가격 변동. -자료:각 업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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