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콘셉트카, 페라리가 두렵지 않다.”(영국 자동차 월간지 오토카)
현대차에 대한 외국 주요 기관의 최근 평가다. ‘싸구려 차’를 판다는 오명(汚名)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1998년 한때 현대차의 주가는 8270원까지 빠졌다. 특히 99년 정몽구(鄭夢九) 회장이 ‘포니 신화’의 주인공인 정세영(鄭世永) 전 명예회장에게서 현대차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으면서 일부 외국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생존 자체를 의심했다. 어눌한 말투의 ‘황태자’가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잘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아자동차까지 거느린 정 회장은 이제 안착(安着)의 단계를 넘어서 현대차그룹을 세계 ‘톱(top) 10’으로 만들겠다는 야망까지 밝히고 있다. 17일 열린 기아차의 ‘스포티지’ 신차 발표회에서는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확실한 기반을 다졌다고 자신했다. 18일 현대차 주가는 4만7250원이었다.
‘CEO 정몽구’의 성공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부친인 고 정주영(鄭周永) 창업주의 그늘에 가려 있던 기업가적 자질이 발휘된 것인가, 아니면 주변 환경이 좋아진 데 따른 운일까.
▽쾌속 질주하는 현대차=정 회장 취임 후 현대차의 경영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차량 생산 대수는 2000년 150만대에서 작년에는 164만대로 늘어났다. 수출은 같은 기간 82만대에서 101만대로 23% 늘었다.
특히 세계 자동차업체의 격전지인 미국에서는 지난해 42만대를 팔았다. 2000년 판매 대수는 24만4000대였다. 앨라배마주에 현지공장도 짓고 있다.
매출도 18조원에서 25조원으로 급증했다. 순익은 6678억원에서 1조7493억원으로 약 3배로 뛰었다.
품질경쟁력도 좋아져 JD파워의 올해 상반기 조사에서 ‘쏘나타’가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의외의 결과라며 놀랄 정도다.
▽품질경영, 수출중심, 협력사 관리 3박자 맞아=현대차의 성공 이면에는 정 회장의 ‘품질 경영’이 숨어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대차는 2000년 1월 신차개발 업무 규정을 만들어 각 사업부 팀장급 이상에게 ‘실수든 고의든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를 받았다.
또 매달 두 차례씩 품질회의를 정 회장이 직접 주재한다. 현대차그룹의 모 임원은 “쏘렌토를 내놓을 때 옆면이 쭈글쭈글해지는 현상이 생겼는데 내열(耐熱) 테스트 규정을 못 지킨 결과라는 이유로 시말서를 두 번이나 썼을 정도”라고 말했다.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 관리도 정 회장의 성공 노하우로 통한다. 정 회장은 2001년부터 품질 ‘파이브 스타’ 제도를 만들었다. 납품 기술 품질 등 세 분야를 합쳐 최고 업체에는 별 5개를 매긴다. 별 3개 이하를 3회 이상 맞으면 퇴출당한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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