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태풍에 高유가까지… 물가 얼마나 오를지 불안”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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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익 과장
김봉익 과장
《“치솟는 기름값에 10년 만의 폭염, 그런데 태풍까지….” 재정경제부에서 물가정책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김봉익(金鳳翼) 물가정책과장은 요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 태풍 ‘메기’ 때문이다. 태풍피해는 바로 농산물가격 폭등으로 연결된다. 편하게 잠잘 상황이 아니다.》

김 과장은 지난달 말 강원 대관령에 있는 원예농업협동조합과 정선군에 있는 예미농협을 찾아갔다. 두 농협은 여름철 수도권과 충청권에 공급되는 배추 무 감자의 90%를 책임진다.

폭염으로 채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직접 밭을 돌아다니면서 시장에 내놓을 만한 야채 ‘사냥’에 나선 것. 농협에서 5t 트럭 500대를 지원받아 이달 2일부터 일주일 동안 배추수송작전을 벌였다.

19일에도 김 과장과 물가정책과 사무관들은 태풍 ‘메기’로 인한 농작물 피해상황을 집계하느라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있었다.

김 과장은 “농산물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과일이나 채소의 피해가 발생하면 물가가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채값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무 배추가 ‘금(金)값’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김 과장은 지난 주말 아버지 제사를 앞두고 아내에게서 배추값 얘기를 듣고 죄책감까지 느꼈다. 아내는 물김치를 담그기 위해 배추를 사러 시장에 갔다가 너무 비싸 반포기만 사왔다고 말했다.

“작년 이맘때 포기당 1800원 하던 배추가 4000원이라는 겁니다. ‘당신이 정부에서 물가정책을 담당한다는데 물가가 이렇게 뛰는 건 알고 있나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나마 농산물은 발로 뛰어 막는다고 하지만 국제시장에서 결정되는 고(高)유가는 손을 써 볼 수도 없어 답답할 뿐이다. 게다가 12일 한국은행이 단행한 콜금리 인하도 걱정거리다. 금리 인하는 일반적으로 물가상승을 불러온다.

김 과장이 이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것은 올해 하반기 물가가 그만큼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물가를 3% 중반으로 묶어두겠다는 목표를 내세우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7월에 비해 4.4%나 올랐다. 1년4개월 만에 4%를 넘어선 것.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중 가공단계별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원재료와 중간재물가지수는 111.6(2000년=100)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8% 상승했다. 이는 1998년 11월의 16.2% 상승 이후 5년여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부 사정에 밝은 한 민간 전문가는 “8월 물가는 7월보다 더 올라 4%대 후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도 다음 달쯤 물가 목표를 ‘3.5∼4.0%’ 정도로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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