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vs 보험사, 방카쉬랑스 줄다리기

  • 입력 2004년 8월 20일 18시 29분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약속한 대로 내년 4월 2단계 방카쉬랑스 영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은행장들)

“은행들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방카쉬랑스 영업을 하는 바람에 보험업계가 어렵습니다. 방카쉬랑스 2단계 시행을 미뤄 주십시오.”(보험회사 사장단)

은행장과 보험회사 사장들이 신임 윤증현(尹增鉉)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방카쉬랑스 영업권을 둘러싼 갈등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

방카쉬랑스는 은행이 판매하는 보험으로 지난해 8월 저축성보험 등 1단계 영업이 시작됐다. 내년 4월 보장성보험과 개인 자동차보험 등으로 대상이 확대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2단계 영업이 시작되면 보험회사가 모두 망한다”며 그동안 정부에 2단계 영업 시행을 미뤄 달라고 요구해 왔다.

보험업계의 공동 대응에 맞서 은행장들은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윤 위원장과의 상견례에서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주장하며 ‘선수(先手)’를 쳤다.

이에 자극을 받은 보험회사 사장단은 20일 같은 장소에서 윤 위원장을 만나 정부 방침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윤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방카쉬랑스로 보험시장이 성장했으나 은행의 우월적 지위 남용 문제 등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험회사 사장들은 “보험설계사들의 실직이 속출하고 있다”, “중소 보험회사들의 피해가 특히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방카쉬랑스 영업 확대를 연기한 사례를 제시하는 한편 농협 및 우체국이 판매하는 ‘유사보험’도 규제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위원장은 “양측이 대화 채널을 마련해 충분히 논의하도록 돕고 주무 부서인 재정경제부에 업계의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감위의 의견을 받으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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