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시장도 ‘작전’ 판친다…시세조작 펀드매니저 5명 적발

  • 입력 2004년 8월 22일 18시 40분


선물시장에서 허수주문, 통정(通情)매매(짜고 거래하는 행위) 등으로 시세를 조종해 억대의 매매 차익을 챙긴 펀드매니저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선물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행위가 수사기관에 적발된 것은 1999년 선물거래소 개장 이래 처음이다.

검찰은 “선물거래는 속성상 특정인이 이익을 남기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된다”며 “이들의 행위로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셈”이라고 말했다.

▽사건 개요=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국민수·鞠敏秀)는 국채선물에 대해 대규모 허수주문으로 시세를 조작한 혐의(선물거래법 위반)로 J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 신모씨(36)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J투신운용은 벌금 2억원에 약식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신씨 등은 2002년 6월부터 9월까지 같은 해 9월 만기인 3년 국채선물 KTB209 종목에 대해 최대 9만여계약(1계약은 1억원)의 ‘팔자’ 허수주문을 내 시세를 끌어내려 2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검찰은 또 S투신운용㈜ 전 직원 김모씨(39)와 H투신운용㈜ 전 직원 고모씨(39) 등 펀드매니저 2명도 선물거래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씨 등은 자신의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회사 선물계좌와 통정매매를 하면서 자신의 계좌에 유리한 주문을 내는 방법으로 1억원가량의 부당 이득을 취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느슨한 감시체계=거래단위인 ‘1계약’이 1억원인 선물시장은 거래규모가 커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소수 세력에 의한 시세조종은 쉽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고 감독도 소홀했다.

국내 선물거래에 대한 감시시스템은 지난해에야 겨우 마련됐을 정도. 이번 사건도 금융감독원이 적발해 검찰에 통보함에 따라 실체가 드러났다.

이들이 사용한 수법은 통상적인 주가조작 기법 그대로다. 거래가 성사되기 힘든 가격대에 1000∼4000계약(1000억∼4000억원)씩의 대규모 매도나 매수 주문을 낸 다음 곧바로 취소하는 행위를 반복했다.

이를 통해 엄청난 ‘사자세’ 또는 ‘팔자세’가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잡아 시세를 끌어내리거나 끌어올리려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허수주문=시세보다 턱없이 낮거나 높아 거래가 체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가격에 대량의 매수 또는 매도주문을 내 상당산 사자세나 팔자세가 있는 것처러 '바람'을 잡는 거짓주문. 애초부터 그 가격에 거래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곧바로 주문을 취소한다. 다른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려 시세를 끌어내리거나 올리려는 목적으로 낸다.

조용우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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