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이긴 하지만 기업들이 수도권이라는 입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보여준다. 수도권만 한 교육 의료 문화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첨단 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산되긴 했지만 삼성이 충남 아산의 LCD공장 근처에 자립형 사립고와 병원 등을 지으려 했던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최근 정부와 재계가 기업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안하자 청와대와 정부가 적극 화답해 ‘특별법’을 마련하여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기업도시란 기업활동이 중심이 된 도시다. 일본 도요타시나 스웨덴의 시스타, 한국의 포항 울산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 도시들은 생산과 연구개발, 교육, 주거 등의 기능이 잘 어우러져 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전해 왔다.
그런데 요즘 추진되는 기업도시는 개념이 좀 다르다. 도시의 각 기능이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도시의 기본 기획과 설계단계부터 참여해 공장은 물론 기업활동에 필요한 주거 교육 의료환경 등을 갖춘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수조원씩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기업도시 건설은 국내 투자를 늘리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수요자인 개별 기업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맞춤형 도시’가 돼야 한다. 수도권의 장점을 능가할 만큼 획기적인 규제완화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져야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다. 조성된 지 10년이 넘도록 절반 이상이 텅 빈 강원 북평공단이나 전남 대불공단 같이 공급자 위주의 발상으로 세금만 낭비하는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경제자유구역 지역특구 혁신클러스터 등 비슷한 내용의 ‘특구’들을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걱정스럽다. 실효성 없이 이름만 바꾼 특별법과 특구를 쏟아내기보다 하나라도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법들만으로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런 모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보다 개발이익을 노리고 투자하지 않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개인 토지의 수용은 그만한 공공성이 전제돼야 한다. 기업도시가 그토록 중요한 국가사업이라면 이를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개발이익의 처리 및 인센티브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기업도시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다.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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