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가 기업을 중국으로 떠나게 하나

  • 입력 2004년 8월 24일 18시 36분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 금액이 홍콩과 버진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앞의 두 곳은 투자 경유지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사실상 ‘세계 1위’를 한 셈이다. 우리의 대(對)중국 투자액은 경제규모가 훨씬 큰 일본보다 19%, 미국보다 45%가 많았다.

우리 기업들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소비시장으로서도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중국을 선점하기 위해서도 발 빠른 중국 진출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나라 안의 투자와 고용, 소비가 견실하게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 투자가 국내 경제와 선순환 구조를 이룰 때의 얘기다.

현실은 어떤가. 우리 기업들은 국내 투자에는 소극적이다. 대기업들이 설비의 유지 보수에만 그치다 보니 6월 말 현재 535개 상장사의 기계자산 가치가 1년 전보다 1조원이나 줄었을 정도다. 이런 추세라면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는 더 빨라지고 이미 100만개가 중국으로 빠져나간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업인들이 더는 못 참겠다며 쏟아내는 항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과도한 정부규제와 일관성 없는 정책,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반(反)기업정서, 툭하면 불법파업으로 치닫는 노조, 생산성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임금과 땅값을 견디면서 국내에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 얼마나 있겠는가.

왜 국내에 투자하지 않느냐고 윽박질러 봐야 소용이 없다. 국내 투자환경이 보다 유리하면 떠밀어내도 나가지 않을 기업들이다. 기업들을 붙잡아두고, 해외투자를 U턴시키지 못하고서는 고용과 소비를 늘리기도, 경제와 민생을 회복시키기도 어렵다. 정부와 정치권, 국민과 노조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명확하다. 기업을 신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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