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실종자 '휴대전화추적' 요청 거절 논란

  • 입력 2004년 8월 25일 02시 02분


등반 중 실종된 40대 회사원에 대한 휴대전화 위치추적이 범죄 수사가 아닌 인명구조라는 이유로 제때 이뤄지지 못해 결국 실종자가 숨지자 비상시에는 위치추적을 허용하도록 하루빨리 관련 법령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모씨(44)가 실종된 것은 22일 오후 7시20분경 경남 산청군 시천면 지리산 자락에서였다.

전날 오후 친구 11명을 먼저 산으로 올려보내고 혼자 등반에 나섰던 김씨는 이날 오전 9시15분경 진주소방서 산청소방파출소에 “길을 잘 모르겠다. 등산로를 안내해 달라”는 전화를 건 뒤 연락이 끊겼다.

수색에 나선 경남도 소방본부는 23일 두 차례 모 이동통신사 부산본부에 김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전화로 의뢰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통신비밀보호법을 들어 “범죄와 관련됐을 경우에는 절차를 거쳐 위치추적을 할 수 있지만 인명구조를 위해서는 해줄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앞서 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10시반경 산청경찰서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에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역시 “수사와 관련된 것이 아니면 곤란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본부는 결국 상부를 통해 경찰의 승인을 얻어 이날 오후 8시경에야 위치추적 결과를 통보받았다. 위치추적 결과는 ‘22일 오전 9시30분52초에 통화한 이후 자료 없음. 전원이 없거나 물에 잠겼을 가능성 있음’이었다.

이후 김씨는 24일 오전 10시45분경 시천면 도장골에서 심한 탈진과 부상으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정부는 공공구조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위치정보를 제공토록 하는 ‘위치정보의 이용 및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입법예고를 했지만 일부 시민단체가 오남용과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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