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기업들 정보화기금 악용…지원 선정업체 주가 띄우곤 철회

  • 입력 2004년 8월 25일 06시 58분


기술력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유망 정보기술(IT) 중소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정보통신부가 운용하고 있는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업체로 선정된 중소기업체의 절반 이상이 돈을 찾아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통부가 24일 열린우리당 강성종(康聖鐘·의정부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993년부터 올 6월 말까지 정통부가 정보화촉진기금에서 3조7859억원을 지원하기 위해 8260개 업체를 선정했지만 이 중 56%인 3460개 업체가 2조1538억원을 수령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시중 이자율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업체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주가를 올리거나 코스닥 등록 심사에만 써먹고 실제로 돈을 빌려가지 않았기 때문으로 정작 자금이 필요한 업체가 싼 이자로 자금을 쓸 기회를 봉쇄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2년 4월 정보화촉진기금에 10억원의 융자를 신청해 기금 수령 업체로 선정됐던 N사의 경우 이 같은 사실을 곧바로 코스닥에 공시해 상한가로 기업 주가를 끌어올린 뒤 5월 융자 신청을 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강 의원은 “정보화촉진기금 선정 업체는 국가가 공인한 유망 IT 기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른다”며 “주가상승 등 부수적인 효과만을 노리고 기금 수령을 하지 않는 업체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금 미수령 업체에 대해서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감사원은 최근 정보화촉진기금과 관련된 감사를 실시하고도 이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감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 의원은 “기금 수령을 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모든 종류의 공공기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산업자원부나 과학기술부 등에서 이미 지급된 융자금을 회수하는 등 제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보화촉진기금은 정부 출연금과 기간통신사업자의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달하고 정통부가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2004년 6월 말 현재 10조7496억원이 조성돼 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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