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화강세 용인하나…환율 3% 하락에도 달러매입 자제

  • 입력 2004년 8월 29일 18시 19분


최근 들어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면서 정부의 환율정책이 원화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외환시장 안정용 채권을 2조원이나 발행해 달러를 사들일 ‘실탄’을 확보했지만 실제 달러화 매입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7일 달러당 1153원으로 5월 11일의 1188.5원에 비해 100여일 만에 3% 정도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재경부가 지난해부터 수출 부양을 위해 환율이 1160∼1170원선 밑으로 떨어질 때마다 시장 개입에 적극 나서 달러를 사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재경부는 최근 들어 시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정부가 최근 환율 하락폭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 개입 ‘흉내’ 정도에 그칠 뿐 본격적인 개입은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12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한 이후 재경부는 거의 시장 개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재경부가 이처럼 환율 개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외환시장에서는 유가상승 등에 따른 물가불안을 막고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정부의 환율정책이 ‘원화가치 절상 용인’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중경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요즘 외환시장은 투기세력이 없는데다 국내외적인 변동성도 줄어 모든 게 순조롭다”며 “투기세력이 움직일 조짐을 보이면 좌시하지 않겠지만 그 외에는 시장수급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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