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한국경제 좌파가치 도전으로 위기”

  • 입력 2004년 8월 29일 18시 38분


“한국경제가 좌파적 가치의 도전을 받아 위기를 맞고 있다.”

내년 2월 임기를 시작하는 이재웅(李在雄·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사진)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은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분배와 복지, 형평성 등을 강조하는 좌파적 가치에 몰두하면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이 추락하고 있다”며 시장경제의 위기를 강력히 경고했다.

이 회장은 “세계 경제의 호황 속에서도 한국만 경기 침체, 투자 부진, 가계 부채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해묵은 성장과 분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장의 불완전성을 해결하기 위해 좌파적 가치가 가미될 수 있겠지만 어디까지 시장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분배가 잘 되면서 사람들의 소득이 골고루 높아져 소비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주장은 겉으로 그럴듯하지만 현실적으로 무척 어려운 일”이라며 “이는 서구에서 1950년대 이후 여러 논문을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됐다”고 반박했다.

이 회장은 특히 “정치권이 경제를 잘 해보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경제를 희생해 좌파적 가치를 추구하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편 가르기를 하려는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지 않는지 걱정스럽다”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좌파적 가치와 친(親)노조 정책을 통해 정치적인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정치 논리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는 “한국 경제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변동이나 산업 구조조정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경제체제와 교육의 붕괴가 근본 원인”이라며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세금을 낮추는 경기순환적인 해법으로 경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 나눠 먹기식 평등주의, 국가가 모든 것을 해결해줘야 한다는 분위기 등에 대해 경제학자들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한국 경제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쌓는 것이며 이를 위해 경제 교육 등에 대한 투자가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1952년 창립된 한국경제학회는 경제학 교수, 경제 관련 연구기관의 연구원 등 20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학술단체.

이달 12, 13일 이틀간 열린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도 안국신(安國臣) 중앙대 교수가 “현 정부가 ‘좌파의 덫’에 걸려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학계 내부에서 최근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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