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이 상반기 실적 발표 내용을 정정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기 때문.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보고서 마감일인 16일부터 30일까지 정정 보고서를 제출한 거래소 상장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 수가 92개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정정 건수(56개)에 비해 거의 갑절로 늘어난 것.
감독 당국에 따르면 정정 보고서를 통해 자료 입력 과정에서의 부주의 또는 보고 누락 등 단순 오류를 고치는 경우도 있지만 순손실을 순이익으로 뒤바꿔 보고하거나 순이익 등을 부풀려 신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상장기업인 한국화인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을 763억원으로 보고했다가 763억원 순손실로 정정하는 어처구니없는 보고서를 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이지클럽도 17억원 순손실을 순이익으로 반영했다가 이를 정정했다.
손실을 과소 계상하거나 순이익을 과도하게 잡은 기업도 6개 회사에 이른다.
특히 등록업체인 한국기술투자는 순손실이 13억원에서 96억원으로 6배 넘게 늘었는가 하면 또 다른 코스닥 업체인 정원엔시스템은 매출액이 보름 사이에 1289억원에서 659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기업들의 이 같은 잦은 정정 공시 관행에 대해 증권업계에서는 비난 여론이 높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최초 제출한 반기보고서 실적만 믿고 투자하는 게 대부분이어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증권 권성률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공시를 1시간만 늦게 확인해도 이익과 손해가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만약 기업들이 공시를 냈다가 이를 정정하기 전에 대주주의 지분 변동 등이 있었다면 이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동원증권 조홍래 리서치센터장은 “대기업 등 주요 상장기업은 각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집중 감시를 받기 때문에 심각한 허위 보고서를 내는 경우가 드물지만 코스닥 업체는 규모의 영세성 등으로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심사실 조국환 팀장은 “감독 당국의 공시 모니터링이 강화된 데다 집단소송제 등을 앞두고 있어 기업들이 점차 공시의 중요성을 인식해가고 있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기업들이 발표하는 실적 공시 외에 이후에 내놓는 정정 보고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상장 등록기업 상반기 실적 정정 현황 | ||
기업 | 정정 전 | 정정 후 |
이지클럽 | 순이익 17억원 | 순손실 17억원 |
현대멀티캡 | 영업손실 24억원, 순손실 45억원 | 영업손실 45억원, 순손실 67억원 |
한국기술투자 | 영업손실 9억원, 순손실 13억원 | 영업손실 108억원, 순손실 96억원 |
썸텍 | 주당 순이익 202원 | 주당 순이익 196원 |
이-글벳 | 영업이익 4억6000만원 | 영업이익 4억3000만원 |
포커스 | 순손실 19억원 | 순손실 24억원 |
아이엠아이티 | 순손실 84억원 | 순손실 93억원 |
에스엔티 | 우발채무 3억원 | 우발채무 9억원 |
씨엔씨엔터프라이즈 | - | 계열사 담보제공 47억원 추가 |
제이엠티 | 순이익 6억원 | 순이익 4억원 |
우석반도체 | 특수관계사 채무지급보증 8억5000만원 | 특수관계사 채무지급보증 13억원 |
정원엔시스템 | 매출액 1289억원 | 매출액 659억원 |
*하이트론씨스템즈 | 재고자산회전율 8.5회 | 재고자산회전율 4.2회 |
*한국화인케미칼 | 순이익 763억원 | 순손실 763억원 |
*는 거래소 상장기업.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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