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黃永基·사진) 우리은행장은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우리은행 중소기업 기술력평가 자문단’ 발대식에 참석해 담보에 의존하는 은행의 대출관행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행장은 “중소기업은 기술 생산 판매 등 3단계의 고비가 있는데 대부분 기술 단계를 넘지 못한다”며 “담보가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품이 좋다고 연방 칭찬하다가도 그 회사의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죄송하지만 담보는 있습니까’하고 정색하는 게 우리의 대출관행이었다”고 고백했다.
제품개발에 대한 열정을 재무제표라는 잣대로 평가하면서 상생(相生)의 길을 걸어야 할 은행과 중소기업이 서로 불신하는 관계로 변했다는 것.
그는 최근 업종을 전환하는 중소기업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새 업종으로 바꾼 기업들의 자금수요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은행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황 행장은 경기불황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술 개발에 많은 돈이 들어가면 재무상태가 안 좋고 여신평가 점수도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중소기업일수록 새 기술을 개발하거나 상품화하는 데 자금이 더 필요하지만 정작 은행은 과거의 재무상태를 잣대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며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을 꼬집었다.
황 행장은 “은행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평가할 실력과 전문성이 없다는 외부의 따가운 지적을 많이 받고 있으며 실제로 대출심사 전문인력 양성을 소홀히 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은행이 하루아침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기술자문단의 힘을 빌려 담보가 없어도 대출하는 관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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