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우리은행장, 中企 대출관행 반성

  • 입력 2004년 8월 31일 17시 45분


“중소기업인은 뜨거운 열정과 의지로 은행을 찾지만, 은행은 재무제표만 챙기는 냉정함으로 그들을 맞는다.”

황영기(黃永基·사진) 우리은행장은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우리은행 중소기업 기술력평가 자문단’ 발대식에 참석해 담보에 의존하는 은행의 대출관행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행장은 “중소기업은 기술 생산 판매 등 3단계의 고비가 있는데 대부분 기술 단계를 넘지 못한다”며 “담보가 없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제품이 좋다고 연방 칭찬하다가도 그 회사의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죄송하지만 담보는 있습니까’하고 정색하는 게 우리의 대출관행이었다”고 고백했다.

제품개발에 대한 열정을 재무제표라는 잣대로 평가하면서 상생(相生)의 길을 걸어야 할 은행과 중소기업이 서로 불신하는 관계로 변했다는 것.

그는 최근 업종을 전환하는 중소기업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새 업종으로 바꾼 기업들의 자금수요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은행으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숙제”라고 말했다.

황 행장은 경기불황으로 이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기술 개발에 많은 돈이 들어가면 재무상태가 안 좋고 여신평가 점수도 나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 중소기업일수록 새 기술을 개발하거나 상품화하는 데 자금이 더 필요하지만 정작 은행은 과거의 재무상태를 잣대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며 담보 위주의 대출 관행을 꼬집었다.

황 행장은 “은행은 중소기업의 기술을 평가할 실력과 전문성이 없다는 외부의 따가운 지적을 많이 받고 있으며 실제로 대출심사 전문인력 양성을 소홀히 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은행이 하루아침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기술자문단의 힘을 빌려 담보가 없어도 대출하는 관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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