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3월에 승용차 에어컨 등에 대해 품목별로 특소세를 20∼30% 인하한 데 이어 또다시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내수침체가 심각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부자들의 지갑을 열어라=당정이 24개 품목에 대해 특소세를 폐지한 것은 상대적으로 소비여력이 있는 계층의 ‘지갑’을 열어 올해 들어 줄곧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소비를 살리기 위해서다.
특소세가 폐지되는 품목 중에는 모터보트 요트 등 일반 서민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품목도 있으나 프로젝션TV, 골프채와 같은 골프용품, 에어컨 등 고소득층뿐만 아니라 최근 중산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품목들도 많다.
보통 특소세가 붙는 품목은 교육세와 농특세와 같은 부가세도 함께 부과되기 때문에 이들 품목에 대한 특소세가 폐지되면 세율에 따라 가격이 6∼20%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여유 계층의 소비가 늘어 얼어붙은 내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정부와 여당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당정은 승용차와 유류 등에 붙는 특소세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해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특히 이미 대중화된 승용차는 특소세가 유지되고, 아직도 극소수 계층만 이용하고 있는 요트에 대해서는 특소세를 폐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승용차에 대한 특소세를 폐지할 경우 세수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부양 효과는 미지수=이번 조치로 소비를 망설여 왔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가계 소득이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소세 폐지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3월 특소세를 인하했을 때 자동차와 가전제품 판매는 특별한 호조세를 띠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칫 소비는 살리지 못하고 재정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소세 폐지에 따라 세수는 대체로 매년 3000억∼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4개 품목에 대한 특소세 폐지로 특소세가 계속 부과되는 품목은 이제 승용차 유류 등 8개 품목만 남게 됐다. 이에 따라 도입 28년째를 맞는 특소세 제도가 조만간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재정경제부는 올해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특소세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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