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오르는 전세금을 보다 못해 2001년 말 1억원을 대출받아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한 것이 화근이었다. 속옷 장사로 10년 상환조건의 원리금을 1∼2년은 그럭저럭 갚아나갔지만 경기침체로 작년 말부터 그것도 어려워진 것. 결국 6월에 은행으로부터 빌라 경매처분 통보를 받았다.
김씨와 같은 서민들이 기거하는 연립·다세대주택 경매가 급증하면서 8월의 경매물건이 38개월 만에 처음으로 4만건을 넘어섰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생존의 마지막 보루인 주택마저 잃고 있는 서민층이 그만큼 늘고 있는 것.
3일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8월 전국 법원경매에 나온 경매물건은 4만801건으로 2001년 6월(4만600건) 이후 처음으로 4만건을 넘어섰다.
이중 연립·다세대주택이 1만839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26.6%)을 차지했다. 작년 8월(4479건)과 2002년 8월(2495건)에 비해 각각 2.4배와 4.3배로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4474건으로 가장 많아 8월 전체 연립·다세대주택 경매물건의 41.2%를 차지했다.
5월 이후로는 연립·다세대주택의 경매물건이 그전까지 최대 비중을 차지했던 아파트를 앞지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8월 전국 경매물건은 29만2000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20만2000여건에 비해 44.6%(9만여건)나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매 물건은 약 40만건으로 증가해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경매물건이 가장 많았던 2000년(약 54만4000건)의 74%에 육박할 전망이다.
경매 물건이 많아지면서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는 집을 경매로 처분한 뒤에도 빚이 남아 생활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특히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또 다른 피해를 보게 된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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