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홍창의/서민 배려 휘발유특소세도 내리자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부자가 돈 많이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곤 했다. 그 말을 뒷받침하듯 이번에 24개 품목의 특별소비세 인하 계획을 내놓고, 장차 골프장도 대폭 증설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여론의 반응을 떠보고 있다.

당장 특소세가 사라질 품목은 에어컨, 벽걸이TV, 프로젝션TV, 골프용품 등이다. 이런 품목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의 부자들이 사게 될 것들이다. 결국 서민은 이번 특소세 인하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다.

대다수 서민이 인하를 바라던 세금은 휘발유에 붙는 특소세였다. 우리나라 휘발유세의 위력은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주유소에서 소비자가격이 L당 1400원이면 1000원이 세금이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휘발유 값이 왜 이리 비싸지” 하고 불평하는 서민 앞에 정부와 정유업체들은 “국제유가가 비싸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비교적 쌌을 때도 국내 휘발유 값은 결코 싸지 않았다. 더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저유가’ 시대는 다시 찾아올 것 같지도 않다. 우리의 피부에 휘발유 값이 비싸게 느껴지는 진정한 이유는 원유가격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높은 세율 때문이다.

특소세는 부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사치품’에 붙는 세금이다. 1500만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지금, 휘발유는 더 이상 사치품이 아니다. 휘발유는 서민들의 생활필수품이 돼 버린 지 오래다. 폐지되어야 할 특소세 0순위가 휘발유 특소세인데, 난데없이 벽걸이TV, 골프용품이 최우선 폐지 대상으로 등장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는 휘발유 세율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세수입 증대’보다는 ‘물가안정’ 쪽으로, 그리고 간접세에 의존하는 ‘징세 편의주의’보다는 시대에 맞는 ‘징세 형평주의’로 초점이 옮겨져야 한다.

홍창의 관동대 교수·교통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