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법적 분쟁 예방을 위해 로펌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소수 대기업만 활용해 온 법률 자문계약이 중소기업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주요 로펌도 이에 맞춰 전방위 법률서비스 제공을 위한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후 대처에서 사전 예방으로=과거 기업이 로펌 서비스를 의뢰하는 경우는 대부분 민 형사상 소송에 걸리는 등 사건이 터진 뒤였다. 계약은 건당 개별적으로 이뤄졌다. 연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잡다한 법률 검토까지 해 주는 자문서비스는 일부 대형기업에 국한됐다.
그러나 최근 경영 과정에서 부딪히는 법적 기준이 엄격해지고 법을 지켜야 한다는 기업들의 의식도 높아지면서 로펌 법률서비스의 방식과 대상이 변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윤택 변호사는 “문제 발생 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으로 대응하던 기업들이 이제는 말썽의 소지를 미리 없애겠다며 로펌을 찾아오는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륙의 김준민 미국변호사는 “신생 애니메이션, 게임, 엔터테인먼트 업체나 연 매출이 10억원 미만인 소규모 기업들도 자문계약을 했다”고 전했다.
웅진식품은 올해 초부터 법무법인 광장에 월 50만원의 기본 수수료를 내고 법률자문 서비스를 받고 있다. 정해진 업무량을 넘어가면 시간당 추가 비용을 내야 하므로 아직은 꼭 필요한 내용만 검토를 의뢰하는 수준. 웅진식품측은 “과거 법적 분쟁을 겪은 뒤 사전 예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이제는 판단이 어려울 때 로펌에 자문을 의뢰해 여러가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병원’으로 변신하는 로펌=로펌들은 기업의 자문 의뢰 내용에 맞춰 해당 분야의 변호사를 연결시켜 주고 있다. 계약서 검토부터 정관 변경, 이사회 결의사항, 세금, 노사관계, 하청업체와의 불화,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는 소비자 항의나 민원 등까지 모두 포함된다.
제조업 분야의 A사가 작년 자문계약을 한 로펌에 의뢰한 것은 스카우트 문제. 새로운 연구인력을 데려오려는데 기존 회사의 비밀유지 의무 조항에 걸리는 것이 아닌지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B사의 경우 최근 정기인사 인력 배치가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여지는 없는지 자문을 했다.
일부 로펌은 신사업 추진 등 회사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까지 관여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의 조용환 변호사는 “해외시장 개척 가능성을 타진할 때 법적으로 걸리는 부분을 먼저 따져야 하기 때문에 자문변호사가 초기 단계부터 참여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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