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가 한국 증시의 이상과열 조짐을 경고하고 나선 반면 국내 증권사는 대세상승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조정장에서 외국인은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남기고 개인은 ‘상투’(주가 꼭짓점)를 쥘 공산이 커졌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장밋빛 전망만 믿지 말고 업종별, 종목별 위험요인을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씨티그룹 스미스바니증권은 종합주가지수가 850 이상 오르기 힘든 만큼 지수 830 언저리에서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스미스바니증권 유동원 상무는 “앞으로 3∼6개월간 한국 증시가 상승 기류를 탈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국내 증권사의 예상은 다르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도소매 판매액이 내년 초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는 만큼 경기를 선(先) 반영하는 주가지수가 연내 900에 이를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연말 증시의 주요 변수인 정보기술(IT) 경기에 대한 견해도 엇갈린다.
JP모건 서영호 상무는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가격이 계속 큰 폭으로 떨어지는 추세여서 업황이 개선되긴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9, 10월 LCD 가격 하락폭이 3%대로 둔화되면서 업황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한국 증시 ‘대표선수’인 삼성전자의 투자 매력도가 뚝 떨어졌다고 본다.
도이치은행 육동조 연구원의 전망은 다소 충격적. 그는 “내년 상반기 D램 가격이 올해 평균 가격보다 40∼50% 폭락할 수 있는 데다 D램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만큼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국내 애널리스트가 삼성전자를 여전히 싼 주식으로 보고 ‘매수’ 추천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내수 관련 종목을 보는 시각도 판이하다.
모건스탠리증권 케이트 정 연구원은 “CJ홈쇼핑 주식이 소비심리 회복 기대감을 업고 최근 1개월 만에 57% 급등한 만큼 투자자들은 이익을 실현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반면 교보증권 박종렬 연구원은 홈쇼핑주 목표가격을 종전보다 20% 남짓 상향 조정해 ‘매수’ 추천을 했다.
개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보수적 투자 자세가 낫다”고 조언했다.
금리, 부동산 정책, 지정학적 요인 등 증시 안팎의 변수가 긍정적 신호를 보이지 않는 한 투자를 유보해야 한다는 게 박 상무의 생각이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무조건 주식을 사라고 강조하는 일부 애널리스트의 투자 의견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