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3월 사장 집무실을 직원식당으로 개조한 것.
그전엔 직원들은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직원 식당을 따로 만들기 어려운 작은 회사 형편상 어쩔 수 없었다. 이걸 안타까워 하던 이정한 사장(45·여)은 결국 10평 남짓한 자신의 집무실을 직원 식당으로 개조했다. 자신은 다른 직원들 옆에 나란히 책상을 두고 함께 업무를 본다.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직원들이 인근 식당에서 ‘부족한 식사’를 하더군요. 집무실을 식당으로 꾸미고, 영양사와 아줌마를 채용해 식단의 질을 높이고 세끼 식사를 제공하니까, 총각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더군요.”
이 사장의 일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현장 직원과의 대화시간이다. 안색이 좋지 않은 직원을 보면 사양하는 직원의 손을 끌고 곧 바로 한의원을 찾는다. 한의사에게 “가장 좋은 약재를 써 보약을 지어 달라”는 주문을 빼 놓지 않는다.
그리고 며칠 뒤 한의원에 들러 약을 받아 직원에게 건네 주면서 “건강에 유의 하세요”란 말을 잊지 않는다. 이 사장은 또 한달에 한번 전 직원과 함께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맥주를 나누며 진솔한 대화를 통해 회사 돌아가는 얘기를 듣는다. 2002년부터 시화공단 중소기업 중 가장 먼저 격주휴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 사장이 이처럼 직원들을 자상하게 챙기는 것은 한 솥밥을 먹으며 현장에서 회사를 키워 온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 그는 남편이 운영하던 스테인레스 대리점이 장사가 안돼 생활에 어려움을 겪자, 자신이 직접 1988년 경기 안산시 원곡동에 회사를 설립했다. 그때부터 아이를 등에 업고 손수 직원들의 밥을 해주며 회사를 꾸려온 것.
창업 초기 함께 고생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직원이 회사의 경쟁력이자, 무기’란 생각을 절실히 했다.
직원들에 대한 사장의 ‘애정’은 곧 바로 생산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충호 과장(31)은 “주문이 밀려 야근을 해야 할 때 간부직원의 지시가 없어도 직원들이 스스로 일을 챙긴다”며 “직원에 대한 사장의 남다른 배려가 애사심을 북돋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어느 날 거래처 사람들과 저녁식사를 마친 뒤 회사 앞을 지날 때 직원들이 퇴근도 미룬 채 일을 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며 “직원들이 세상에서 가장 고맙기만 하다”고 말했다.
첨단레이저 절단기를 이용해 프레임과 조립식 박스 등 철 구조물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종업원 30여명에 지난해 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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