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국내1위 ‘컴투스’ 29세 박지영사장

  • 입력 2004년 9월 12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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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기자
김동주기자
‘사업이 잘 안 될 때는 몸무게가 8kg이나 빠지더군요. 이왕 시작한 것 끝까지 해보자는 오기로 버텨왔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휴대전화용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 이 분야 1위에 오른 컴투스 박지영 사장(29). 작년 7월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4대 ‘기술 거물(Global Tech-Guru)’에 포함되며 한국의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20대의 젊은 나이에 성공한 당찬 여성 사업가지만 처음부터 영광이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하나씩 배워나가고 시련을 끈기로 이겨낸 대가였다.

1996년 고려대 컴퓨터학과 4학년생이던 박 사장은 같은 과 남자 동기(현재의 남편인 이영일 이사)와 기숙사 여자 선배(현유진 팀장)와 함께 ‘컴투스’를 설립했다. 컴퓨터게임을 좋아하던 3명의 평범한 대학생이 ‘졸업하기 전 뭔가 한번 해보자’는 의지로 뭉쳐 각자 부모님에게서 500만원씩 빌렸다.

창립 멤버들은 당시 생소했던 MP3플레이어 제조를 생각했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다른 사업으로 필요자금을 만들기로 했다.

회사 설립 2년차부터 지금은 인터넷에 밀려 사라진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에 컴퓨터 관련 정보를 팔았으나 신통치 않았다. 이때 한국의 사용자들이 증권 게임 이외에는 돈을 주고 정보를 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1998년에는 PC통신을 쉽게 찾고 검색할 수 있는 검색엔진을 만들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1999년에는 음악에 맞춰 발판을 이동하며 춤을 추는 DDR에 손을 댔으나 크게 실패했다. 연간 매출 5000만원인 회사가 무려 2억원을 손해 봤던 것.

박 사장 등은 고심 끝에 PC통신 사업에서 힌트를 얻었던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한 형태의 게임을 만들어 1999년 LG텔레콤에 납품을 시작했다.

휴대전화의 빠른 보급과 기술발전은 모바일 게임 활성화의 최고 조건이 됐고 2000년부터 회사는 큰돈을 벌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매출액 118억원, 순이익 52억원의 알짜배기 회사로 성장했고 직원 수도 120명으로 늘어났다.

박 사장은 이제 사업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랐지만 새로운 시련을 맞고 있다. 연간 1000억원인 모바일 게임 시장에 300∼400개 회사가 난립하면서 후발주자의 추격이 아주 거세졌기 때문. 올해 코스닥시장 등록심사에서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보류 판정’의 고배(苦杯)를 마시기도 했다.

하지만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일본 중국 유럽 등 40여개국으로의 진출에 힘 쏟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오늘의 1위 기업이 내일도 1위가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처럼 덩치를 키우고 큰 자금을 투자받아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아직도 국내 업체끼리 싸우고 있으니 약간은 답답합니다.”

박 사장의 꿈은 회사를 세계 모바일 게임업계의 3위권 내로 진입시키는 것. 이를 위해 남편은 1년 전부터 중국 사업을 총괄하고 있고 박 사장은 한국을 맡으며 수시로 인도, 영국,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별거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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