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토종상품 “美 가서 달러벌자”

  • 입력 2004년 9월 13일 17시 35분



‘한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로 미국에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신규 사업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성공을 확인한 뒤 지역 특색에 맞게 약간 변형돼 한국 등으로 넘어가고 다시 시차를 두고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퍼진다. 각국의 수많은 인재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도 새로운 사업모델을 미리 배우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독특한 사업모델을 성공시킨 뒤 경제강국인 미국 본토로 진출하는 사업모델의 역류(逆流)현상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실험이 성공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경제계의 커다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샤, 호주를 거쳐 미국에 간다=3300원짜리 초저가 화장품 ‘미샤(missha)’로 돌풍을 일으켰던 에이블C&C는 이달 1일 호주 시드니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에이블C&C는 국내에서 ‘화장품은 단순히 화학성분의 조합이다. 아름다운 광고모델의 이미지를 위해 불필요한 돈을 내지 마라’는 메시지로 가격파괴를 선도한 기업.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02년 33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2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에이블C&C는 호주에서도 한국과 똑같이 온라인에서 회원 가입을 받아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미샤’ 브랜드로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초저가 화장품을 파는 구조다. 제품 가격은 경쟁회사에 비해 50∼90% 싸다.

에이블C&C 김보동 이사는 “한 장소에서 600여 가지의 다양한 화장품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싸게 파는 사업모델은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다”며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미국시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싸이월드와 다음, 미국을 노린다=한국에서 ‘1인 미니홈페이지 열풍’을 몰고 온 싸이월드(cyworld.nate.com)의 움직임도 관심을 끈다. 싸이월드를 만들어낸 SK커뮤니케이션즈 이동형 상무는 “온라인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며 생존하고 싶은 욕구는 한국과 미국의 네티즌이 다르지 않아 미국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네티즌들이 미니홈피를 만들고 이를 꾸미는 데 필요한 아이템을 돈을 주고 산다는 사업모델을 미국에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인터넷포털이 검색위주로 구성돼 있으며 커뮤니티 서비스는 실패했던 경험을 갖고 있어 싸이월드의 사업모델이 인터넷의 발생지인 미국에서도 성공할지가 큰 관심사다.

한편 인터넷포털인 다음(www.daum.net)은 미국의 인터넷포털 7위 회사인 라이코스를 9000만달러(약 1000억원)에 인수하며 미국시장을 노크했다. 한국에서 성공한 카페(Cafe)서비스를 라이코스에 접목시켜 미국시장에서 커뮤니티 서비스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미국 초고속인터넷 사용자의 급증 △디지털카메라의 빠른 보급 △인터넷의 지인(知人) 네트워크 서비스 인기 고조 등을 성공요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발표 후 다음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증시에서는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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