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도까지 휘어지는 주행도로, 시속 241km의 바람이 몰아치는 윈드 터널(wind tunnel), 배 속에 태아 모형을 넣은 임신부 더미(dummy)….’
한 대의 자동차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험들을 통과해야 할까.
▽테스트는 ‘산 넘어 산’=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충돌시험이다. 사람과 같은 크기의 시험용 인형 ‘더미’를 태우고 콘크리트 벽 등에 차량을 들이박는 것. 충돌 직후 차가 부서진 정도, 에어백의 작동 여부, 탑승자의 상해 정도와 부위 등을 측정한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쏘나타는 충돌시험을 200회 이상 거쳤다.
더미는 한 개에 1억∼1억5000만원까지 나가는 ‘비싼 몸’이다. 온 몸에 60여개의 각종 첨단 센서가 부착돼 있기 때문. 체형별, 몸무게별로 각각 다른 더미가 사용된다.
풍동(風洞) 시험은 주행시 차가 받는 공기저항, 바람으로 인한 소음 등을 측정한다. 연비 개선과 주행 정숙성 확보를 위한 필수 코스다.
경기 화성시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는 지름 8.4m의 대형 프로펠러가 설치된 풍동시험장을 갖추고 있다. 450억원이 투자된 이 시험장은 벽면이 모두 흡음(吸音) 처리돼 미세한 소음까지 체크할 수 있다.
차랑 앞에서 흰 연기 줄기를 뿜어 바람이 차의 곡선을 어떻게 타고 흘러가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도 있다. 차량의 디자인 곡선은 이 과정에서 공기저항계수를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다듬어진다.
주행시험장에는 먼지터널, 요철 도로, 오르막길, 모랫길, 자갈길, 진흙탕길, 미끄러운 빗길 등 여러 종류의 도로가 만들어져 있다. 남양연구소의 경우 우둘투둘하게 생긴 벨지언(Belgian)도로 등 노면의 종류만 모두 71가지.
이 밖에 강도(剛度)시험, 무인주행시험, 전자파가 차량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시험, 차를 얼리거나 달구는 고온·저온 시험 등도 통과해야 할 테스트는 수백 개에 이른다.
▽최첨단 테스트 설비의 경연=자동차 기술이 앞선 명차 제조업체들은 테스트설비의 성능도 최첨단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1959년 세계 최초로 충돌시험를 실시한 메르세데스벤츠는 아직 한국에서는 시행되지 않는 차량 2대간 측면충돌 시험을 실시한다. 충돌시 더미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해 분석하기 위해 초고속카메라가 사용된다.
볼보는 90도까지 회전할 수 있는 ‘움직이는 테스트 트랙’을 갖추고 있다. 공기쿠션으로 트랙 자체를 변형시켜 자동차의 전복 및 측면 충돌시험을 하는 것. 북유럽의 산길에서 시시때때로 엘크(사슴)가 튀어나오는 주행 여건에서 착안한 급제동 테스트도 있다.
볼보는 임신부 더미를 세계 최초로 이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고시 충격과 안전벨트, 에어백 등이 임신부의 자궁과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체크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871평의 공간에서 시속 241km의 바람이 나오는 초대형 윈드터널을 자랑한다.
화성=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신차 개발시 시행되는 주요 테스트 | |
테스트 | 검사 대상 |
주행시험 |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지역의 도로와 험로(險路)를 실제 주행. -빗길, 진흙탕길, 비포장도로, 요철 도로 등 수십 개 도로 재현해 테스트. -최고 속도 측정과 고속 내구성, 등판 성능, 부품의 강도 등 측정. |
풍동시험 | 주행시 공기저항 및 바람으로 인한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험. |
먼지터널 시험 | 외부의 오염공기 차단 정도(방진) 측정 및 사막 주행시 내구성 테스트. |
수밀시험 | 눈, 비가 올 때를 대비한 방수 테스트. |
조종안정성 시험 | 급제동, 급회전시 주행 안정성. |
충돌시험 | 충돌시 운전자의 상해 정도 및 부위, 차량의 파손 정도 등 체크. |
로드 시뮬레이터 | 각종 도로 사정과 주행 여건을 실험실에서 재현해 내구성을 측정. |
저온·고온 시험 | 혹한기, 혹서기 차량이 견디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시험. |
전파 시험 | 전자파 등이 차량 운행에 미치는 영향 측정. |
자료:현대기아자동차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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