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영학과 ○○학번 김다윤씨(23)는 다른 취업준비생들과 마찬가지로 8월 말부터 부지런히 원서를 접수시키고 있다. 원래 올해 2월 졸업했어야 하지만 3학년 때 세계경제포럼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경력을 쌓기 위해 한 학기 휴학했다.
금융에 관심이 많은 김씨는 외국계 은행 2곳을 포함해 대기업과 공사 등 6곳에 원서를 냈고 1곳에서는 벌써 3차 면접까지 봤다.
숙명여대 경영학과 ○○학번 신상연씨(23)는 3학년 때 1년간 휴학해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 보조업무를 했을 때만 해도 정말 자신만만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정식으로 취업준비를 하자니 자꾸 움츠러든다고 말했다.
요즘 여학생들은 ‘취업은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그만큼 취업준비도 열심히 하지만 결과가 항상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취업정보 제공업체 헬로잡(www.hellojop.com)이 지난해 말 대기업 11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2003년 여사원 채용인원’을 조사한 결과 전체 1만8643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은 11.6%였다. 이들 대졸자의 입사 관련 서류 제출은 남성이 7.5회인 데 비해 여성은 24.1회로 3배가량 높았다.
1997년 페미니즘 보고서는 여학생이 소수인 학과에 대한 적극적 우대조치와 함께 대졸여성에 대한 여성고용할당제를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의 여학생 비율이 30%가 넘는 지금 여학생에 대한 적극적 우대조치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대 경영학부 02학번 최은혜씨(21)는 “90년대 후반까지도 경영학부 전체에서 여학생 수가 5명을 넘기지 못했지만 지금은 여학생이 많기 때문에 여학생 우대조치를 해달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공무원 임용시험부터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도입해 어느 한쪽 성(性)의 합격자 비율이 30%에 못 미칠 경우 해당 성의 응시자를 목표비율만큼 추가 합격시키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당장 수익에 기여할 인재를 원하지만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인해 업무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높고 결혼 후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미석 연구위원은 “요즘 대졸여성들은 성취동기가 높아 오히려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깨뜨릴 위험이 많다”며 “사회와 기업이 어떻게 하면 여성들을 뽑지 않을까 핑계를 찾기보다는 여성들의 부담을 줄여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페미니즘 보고서에 나왔던 서울대 법대 출신 최모씨(34·지방법원 판사)는 “학생 때와 생각이 달라진 부분인데 육아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실질적 평등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연구위원은 “여성인력 활용은 여권신장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며 “대졸여성들은 졸업과 함께 바로 취업이 안 되면 아예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 밖에서 머무르는 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고용할당제를 주장하는 이은영 의원(52·열린우리당)은 “시험성적을 빼고는 면접 등에서 여성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그래도 7년 전보다는 취업문이 빠끔히 열렸으니까 삐걱거리며 밀고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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