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입장을 대변해 온 현대중공업 노조의 제명은 당연한 조치다.”(금속연맹)
“합리적인 노동운동에 대한 폭거다.”(현대중공업 노조)
민주노총 금속연맹이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하기로 한데 대해 현중 노조가 16일 강하게 반발하며 제3노동운동 세력화 가능성을 내비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의 핵심 조직 중 하나인 보건의료노조도 산별노조 지도부와 갈등을 빚어 온 서울대병원 노조위원장을 징계키로 했다.
핵심 단위노조와 상급단체간의 이 같은 수직적 대립은 최근 노조이기주의를 비판하는 자성론, 제3노동조합연맹 결성 움직임 등 노동계에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과 맞물려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중 노조는 16일 소식지 ‘민주항해’에서 “시대 흐름과 역사의 변천 속에서 조합원이 주인이 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노동운동을 해왔다”며 “제명조치는 실리 합리적인 노동운동에 대한 폭거”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금속연맹은 “현중 노조가 노동현안마다 노동계보다 사용자측의 입장을 대변해 왔기 때문에 제명은 당연하고 잘된 결정이라는 격려가 많다”고 반박했다.
보건노조와 서울대병원 노조의 갈등은 ‘임금, 근로시간 단축 등은 산별협약이 (단위사업장 단체협약)보다 우선한다’는 산별 노사협약 10장2조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보건노조는 15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서울대병원 노조 김애란 위원장에 대해 “징계 사유가 있으며 다음 중앙위에서 징계 방법과 수위를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노조측은 “보건노조의 징계 방침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 병원 노조는 올해 7월 말 “산별협약 10장2조는 지부 단위의 교섭을 원천 봉쇄하고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조건부 탈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노동계는 이 같은 갈등이 결국 제3노동운동 세력의 가시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중 노조는 17일 중 재심을 신청할지, 독자노선을 표방할지를 결정할 계획. 노조 관계자는 “일단 재심을 신청하겠지만 제명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온건합리주의를 표방하는 노조들로 제3의 노동단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7월 말 인터넷 ‘네이버 카페’에 결성된 ‘제3노동조합총동맹’ 추진 모임은 8월부터 회원이 늘어나 16일 현재 146명이 가입한 상태.
양대 노총의 일부 조합원과 비정규직이 중심인 이 모임의 한 관계자는 “양 노총의 이익집단화를 배격하며 노사 공생과 국민적 대중성을 함께 확보하는 신노동운동 문화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서울디지털대 교수(노사관계학)는 “최근의 흐름들은 위기를 맞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양 노총의 변화를 촉진하는 매개가 될 것”이라며 “노동계가 이를 거부하고 구태를 고집한다면 중도지향의 제3노총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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