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양산해도 안 팔리면 무슨 소용인가, 기술을 개발해 놓고 시장이 생길 때까지 기다린다.”(삼성전자)
‘세계 최초 개발’ ‘국내 최초로 양산’ 등의 자료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 온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략에 최근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LG전자는 삼성전자가 4월에 개발 사실을 발표했던 ‘블루레이 리코더’를 국내 시장에 먼저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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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미디어(DDM) 사업본부장 우남균(禹南均) 사장은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나 “집에 금송아지가 있으면 뭐합니까. 시장에 누가 먼저 내놓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블루레이는 DVD의 뒤를 잇는 차세대 대용량 저장매체. 세계적으로는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만 판매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중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또 LG전자는 이달 초 삼성전자보다 앞서 55인치짜리 대형 초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LCD)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57인치 LCD TV를 개발해 놓고도 46인치 제품까지만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 LG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백우현(白禹鉉) 사장은 “삼성SDI가 LG필립스디스플레이보다 불과 며칠 먼저 32인치 ‘슬림형 브라운관’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이용한 TV는 내년 상반기에 LG가 먼저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실제 판매도 되지 않는 ‘세계 최초 개발’ 식 발표는 무의미한 만큼 먼저 제품화에 성공하자는 것이 회사 고위층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지금은 ‘DVD 리코더’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만큼 블루레이 리코더 판매는 시장이 무르익을 때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또 50인치대의 대형 LCD TV도 2000만원에 가까운 높은 가격 때문에 아직은 판매가 시기상조인 것으로 평가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력만 있으면 제품의 양산이나 시장판매는 언제든지 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제품을 살 때 내놓는 것이 중요하며 무리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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