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개업소 “지방땅 사세요”… 불황 탓 ‘부업’에 눈돌려

  • 입력 2004년 9월 20일 17시 42분


‘해남군 관광단지 조성 확정, 1200평 6800만원, 직거래 급매물.’

‘원주 기업도시 내, 현재 의료기기단지 조성 중, 3억원 밑으로 절충.’

‘신행정수도 인근, 11억4000만원(3800평), 비수용지구, 절대농지 아님.’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상가 내 A중개업소. 30여개의 매물 안내문 중 개발호재가 있는 지방 토지가 절반 정도였다. A중개업소측은 “최근 아파트 거래가 얼어붙어 자구책 차원에서 토지 중개를 늘리게 됐다”고 밝혔다.

땅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 현지에서가 아닌 서울에서 땅을 직거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대치동 아파트단지 내 상가,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근 중개업소 20여곳을 비롯해 강남권에만 50개 이상의 업소가 지방 토지를 전문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홍성컨설팅 한규석 사장은 “현지 중개업소 혹은 지역민 사정을 잘 아는 이장 등과 계약하고 수익을 나누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엔 직접 지방에 내려가 매물을 잡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카지노, 골프장 등 레저타운 조성을 추진하는 전남 해남과 기업도시 후보지로 알려진 원주, 수도 이전 후보지 충남 조치원, 행정타운 조성지인 경기 용인, 펜션타운 조성지 제주 애월 등이 서울 강남의 중개업소에서 ‘직거래’되는 인기 지역.

중개업소들은 주로 개발지역의 논, 밭 등을 소개해주는 반면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야는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 중개업소 중에는 테헤란로나 강남역 인근 버스정류장, 대로변에 지방의 고속도로나 국도변처럼 ‘땅 투자 상담’ ‘토지 현지 투어손님 모집’ 등의 현수막을 걸어놓고 기획부동산식 영업을 하는 곳도 많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서울에서 직접 지방과 거래하면 중간 마진이 계속 붙어 비싸게 거래되는 수가 많다”며 “지방자치단체의 개발 계획은 대체로 ‘외자 유치’를 전제로 한 희망사항 수준인 것들이 많아 수요자들은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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